변동직불금 폐지가 불러온 나비효과

[ 농민기고 ] 조경희 전북 김제

  • 입력 2020.05.17 18:00
  • 기자명 조경희(전북 김제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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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농민 조경희]  

조경희 전북 김제 농민
조경희 전북 김제 농민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조용할 날 없는 가운데에도 농민들의 일상은 다른 해와 큰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행사 축소로 화훼 농가의 피해도 컸고, 학교 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농가들의 피해는 예측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엉뚱한 곳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월초 지역 면사무소 산업계에서 ‘벼 타작물재배 신청면적 초과분에 대해 농림부와 도에서 추가 예산배정이 없다하여 지원금을 ha당 255만원에서 125만원으로 조정 예상됨. 타작물(논콩) 재배 희망농가 중 지원단가 하락에 따른 벼 재배로 전환을 희망하는 농가는 상토를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면 산업계)’라고 문자를 보냈다.

내용을 풀이하면 생산조정제 목표 초과분에 대해 지자체에서 이를 모두 감당하려면 수십억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럴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벼농사로 전환해라, 그러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벼농사 못자리용 상토를 추가로 배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이런 대응도 이해가 된다. 벼 타작물재배 지원은 농림부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상황 변화에 따른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지자체가 모두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림부에서 ‘2020년 논 타작물재배 지원 사업계획(생산조정제)’을 확정 발표한 것이 지난 2월 27일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변동직불제를 대체하는 공익형직불제 안착을 도모하면서 쌀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또한 “지자체, 유관기관, 생산자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올 목표 달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사업계획 발표대로 농림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표를 초과달성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주위에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예산을 조성하기 위해 농림부 예산도 많이 사용됐고, 이 때문에 추가 예산 배정이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것이 다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한 진짜 원인은 변동직불금 폐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변동직불금이 유지되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생산조정제 목표 면적이 초과했다고 지원금을 축소하고 다시 벼농사로 전환하라고 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다. 생산조정제 지원금 몇백억원을 아끼려다 자칫 쌀값 폭락으로 가을에 몇천억원의 변동직불금을 사용할 수도 있는 모험을 감당할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동직불금이 폐지된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변동직불금이 필요하지 않도록 쌀값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만 있으면 된다.

농림부가 올해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공익형 직불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변동직불금이 필요하지 않도록 생산조정제를 확대해 쌀 수급 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목표 면적과 예산을 축소했다. 게다가 초과 신청된 면적에 대한 추가 예산 배정이 불가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명분만 쌓으며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농민들의 농사는 겨울동안 한 해 영농계획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세운 영농계획에는 농가소득을 계산하고 또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도 포함돼 있다. 농가소득에는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얻는 소득이 중심이 되지만 각종 직불금으로 얻는 소득도 크다. 농업소득은 생산물의 많고 적음과 시장가격에 의해 변동이 생길 수 있으나 직불금 소득은 명확하게 정해진 금액이 있기에 변수가 생길 수 없어 그만큼 농가경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농민들에게 논 타작물재배 지원금을 포함한 각종 직불금이 중요한 이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상황의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변동직불금 폐지가 가져온 나비효과다. 농림부 계획처럼 공익형 직불금이 올바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변동직불금을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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