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98] 바람이 분다

  • 입력 2020.05.17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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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오늘(5월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벌써 그렇게 많은 세월이 지나갔나 싶다. 문득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바람 속을 걸으며 아쉬워하는 한 여인의 슬픔을 잘 표현한 노래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소절의 가사가 맘에 와 닿는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너무나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에서 느껴지는 것 하나는 결국 세상은 나의 고통과 존재유무에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이고, 내게는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하더라도 나 이외의 세상은 그것을 기억해 주지 않거나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의미리라. 헤어진 연인들 만이 느끼는 감상이 아니라 세상사가 다 그런 것 아닐까.

세상은 너무 차다. 각박하다. 어느 한 개인의 아픔이나 슬픔을 오랫동안 함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곧 잊어버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벌써 40년이 지났다. 항쟁의 높은 뜻을 세상은 기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 희생된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유가족들이 겪는 뼈에 사무치는 한과 고통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오늘 같이 기념식이 있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그 유가족의 절절한 아픔을 공유하지 못한다. 어린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고, 아내를 잃었다. 그 어떤 애도와 위로도 그들의 유가족만큼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의 참사로 꽃 같은 아이들을 잃은 부모와 가족들의 슬픔과 한을 우리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작업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죽음,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한 많은 죽음,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된 노동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졸지에 숨진 죽음 등이 있었지만 세상은 살아남은 유가족들을 뒤로 한 채 아무 일 없었던 듯 굴러가고 있다.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은 어떨까.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인 농업은 점점 위축돼 식량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며,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이어야 할 농촌은 소멸위기에 봉착했고, 농민의 농업소득은 20여년째 1,000만원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상황임에 틀림없다. 아프고 고통스럽다.

더더욱 우려스러운 현실은 이러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농업·농촌·농민의 절박함을 이 땅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 삼시세끼 먹고 살면서도 정착 농촌을 지키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먹거리를 생산해 내는 농민들에게는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무정하게도 굴러가고 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슬프고 아프다. 오늘 양양에는 ‘양강지풍’이라 불리는 거센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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