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손해, 입증 책임은 농민 몫?

지난해 10월 덤프트럭 사고로 비닐하우스 단전 발생
토마토·딸기 생리장해 극심, 피해액 1억3천만원 이상
자동차 보험회사선 손해 인정 못한다며 면책 주장

  • 입력 2020.05.1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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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1일 단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농민 고재청(61)씨가 비닐하우스 시설 장치를 바라보고 있다. 고씨는 단전 사고로 하우스 개폐 등을 조절하지 못해 1억3,5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지난 11일 단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농민 고재청(61)씨가 비닐하우스 시설 장치를 바라보고 있다. 고씨는 단전 사고로 하우스 개폐 등을 조절하지 못해 1억3,5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덤프트럭이 전신주 전선을 접촉해 비닐하우스에 공급되는 전기가 4시간 가량 차단됐다. 해당 사고로 농민 고재청(61)씨는 재배 중인 대추 방울토마토와 딸기 대부분을 수확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자동차 보험회사 측에선 사고로 인한 손해를 인정하지 못하겠단 입장이다.

지난 11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일원에서 만난 고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대추 방울토마토와 딸기 비닐하우스를 각각 1개동, 3개동 운영하고 있었다. 토마토의 경우 8월 식재 후 수확만을 앞둔 시점이었고, 딸기는 식재한 지 얼마 안 돼 새순이 막 나올 참이었다”며 “온·습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였는데 개폐기는 물론 양액급수, 환풍기 그 어떤 것도 가동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고씨는 “손 쓸 새도 없이 작물 대부분이 고온으로 인한 심각한 생리장해를 입게 됐고, 결국 제대로 된 수확을 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씨에 따르면 사고 피해액은 방울토마토 약 4,000만원과 딸기 약 9,500만원 등 1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매년 4,000만원 수준의 소득을 올렸지만 이번 사고의 영향으로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딸기는 비닐하우스 한 동당 3,500만원 정도 소득을 내왔으나 올해 3개 동을 합친 수익이 1,000만원에 그쳐 평년의 90%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고씨는 “사고를 낸 덤프트럭 기사로부턴 사과 한 마디 받질 못했고, 보험회사인 현대하이카에선 지난달 27일 피해 보상이 불가하단 공문을 보내왔을 뿐이다”라며 “평소라면 기존 방울토마토를 철거하고 2월 초 새 모종을 식재해야 했지만, 보험회사 측에서 현장을 보존하라고 연락을 한 바람에 준비한 2기작 방울토마토도 제 때 심지 못했다. 결국 공문을 받고 지난달 말 이후에서야 구할 수 있는 대로 멜론 모종을 심었지만 미리 예약한 모종 값에 대한 위약금 역시 사고로 피해를 입은 내 몫, 내 부담이 돼 버렸다”고 개탄했다.

이에 현대하이카 담당자는 “이번 경우 통상 손해로 볼 수 없다”면서 “사고로 4시간 가량 전기가 차단됐으나 농작물 피해를 발생시킨 근거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사 면책 주장은 타당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씨는 “전력 공급 차단으로 당시 비닐하우스 내부는 60℃에 육박할 정도였다. 단전으로 고온 피해를 입었는데 무슨 근거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대학 교수 등 자문을 구해보니 정식 후 45℃ 이상의 급격히 높은 온도에 처할 경우 50% 이상 고사한 딸기가 전체의 64.5%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의 실험 결과에서도 정식 후 딸기 50% 이상이 고사하는 지점이 39℃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딸기 담당 연구사는 “현장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면서 “측창 개폐기나 양액기, 환경조절기 등 비닐하우스가 어느 수준의 조절장치를 갖췄고, 그중 어떤 전력이 얼마 동안 차단됐는지에 따라 정식 후 딸기의 생리장해 여부 혹은 정도 차이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씨는 보험회사 측이 계속해서 배상 책임을 피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고씨는 “왜 피해 당사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억울한 부분도 크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손해를 보상받기까지 얼마가 걸릴 지 또 소송비용은 얼마 정도일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후 다른 농민이 유사한 피해를 입었을 때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국민청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볼 예정이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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