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보험가입금액이 1,000만원일 때 작물 피해 90%에 대한 보험금은 350만원밖에 되질 않는다. 재해로 보험금을 수령한 이력이 있다면 자기부담비율이 최소 20%라 피해율 90%에서 이를 빼야 하고, 올해부터는 보험회사가 그중 50%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전남도청 앞에 냉해를 입은 농민 약 50여명이 한 데 모여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악을 규탄했다.
농민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냉해로 영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NH농협손해보험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날치기식 약관 개정으로 보험에 가입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서 “지난해 9월 일방적으로 보상률을 깎아내린 탓에 농민들은 올해 초 보험 가입시기가 돼서야 변경된 약관을 마주했다. 시기를 놓치면 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므로 반박할 여지조차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봉주 나주 배 냉해피해 비상대책위원 집행위원장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농사짓는 농민은 없다. 하지만 그간 자연재해로 보험금 지급이 많았기 때문인지 보험 보상률을 30%나 줄여버렸다”며 “보험회사 측이 경영상 적자를 우려하고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을 기피한다면 보험 제도를 그만두면 된다. 농어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고 현재 국가가 보험회사에 지원하는 보험료의 80%를 재해 발생 시 농민에 직접 지급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처럼 혹독한 냉해는 처음이다. 정상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조차 없지만 배 밭에는 병충해 방제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파릇파릇 신초가 올라왔어야 할 대봉감의 경우 손 한 번 쓸 새 없이 모두 말라버려 나뭇가지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후 농사를 위해 수세 관리를 1년 내내 지속해야 하므로 보상률 50% 약관 변경을 철회하고 지난해와 같은 80% 보상으로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김경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과 김석기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장을 만나 농작물 피해 상황과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사무실에 방문해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전남도와 농협 측은 농민들을 만나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에 해당 내용을 건의했으나 당장의 보험 약관 변경 철회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상률 80% 원상회복과 농어업재해대책법 상의 재해복구지원비·생계지원비 인상, 농어업재해보상법 제정 등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