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엄청 많이들 쓰셔요. 장사에 도움이 되죠, 그럼요.” 지역화폐에 대한 질문에 충남 부여의 소상공인들이 열이면 열, 입 모아 대답하는 말이다. 부여군의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는 발행을 시작한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아 벌써 반석 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리조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관내에 영업 등록된 모든 업소가 참여하고 있는데다 최근 지난해와 올해분 농민수당이 연거푸 굿뜨래페이로 지급되면서 쉴 틈 없는 도약을 하고 있다.
부여엔 농협하나로마트 외에 이렇다 할 대형마트가 없지만, 인근의 군산·논산 등지로 나들이 겸 쇼핑을 다니는 인구가 적지 않다.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쇼핑 확산도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지역화폐는 이같은 소비패턴을 지역 내로 회귀시키는 효과를 이끌 수 있다. 때마침 코로나19로 경기 자체가 침체돼 있던 터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건 상인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부여중앙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손남희씨는 “코로나19로 한때 90% 가까이 매출이 줄었는데 굿뜨래페이가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니 소비자·상인 모두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면 앞으로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웃 생선가게 사장은 “공돈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있는 생선을 사는 데 많이들 쓴다. 아무래도 그 전보다는 장사 사정이 한결 좋아졌다”며 웃어보였다.
부여군은 2012년부터 지류 지역화폐를 발행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용카드 및 스마트폰 앱(QR코드) 방식의 굿뜨래페이를 출시해 집중하고 있다. 신규 충전할 때 10%의 인센티브를, 사용할 때 추가로 최대 8%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굿뜨래페이를 받은 업주는 이를 현금화하지 않고 바로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발행액수 190억원 달성’ 현수막을 게재 보름만에 ‘320억원 달성’으로 바꿔야 할 만큼 그 성장세는 뚜렷하다. 지난해·올해분 농민수당 125억원을 제하더라도 200억원 가까운 순수 충전이 이뤄졌다. 사용자 수 2만7,000명은 부여군 인구(6만6,000명)의 41%며 경제인구(4만명)의 67%다.
홍산면에서 정육점을 하는 임용재씨는 손님들에게 굿뜨래페이 앱을 깔아주고 홍보하는 자발적 ‘지역화폐 전도사’다. 임씨는 “앱을 깔아드리면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있었다’며 좋아들 하신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든 것 같고, 장사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어버이날 대목엔 하루 동안 굿뜨래페이로만 3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기뻐했다. 홍산면 상인·주민들에 의하면, 식당에서 서로 식대를 계산하려 하고 주문하지 않아도 될 메뉴를 추가 주문하는 등 호전된 경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인석 부여군 공동체협력과 주무관은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듯 고령화된 지역은 장롱 속으로 돈이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금이 굿뜨래페이로 변해 군내에서 순환할 수 있는 320억원의 자본이 된 것이고 실제로 순환하고 있다”며 “190억원에서 320억원이라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아마존 등 대기업에서만이 아니라 부여군이라는 작은 생태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부여 지역경제를 되살린 굿뜨래페이의 1등 공신은 농민수당이다. 굿뜨래페이를 매개로 농민-소상공인의 상생관계를 증명함으로써 소위 ‘호혜성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곧 지급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다시 한 번 굿뜨래페이의 폭발적인 확산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근혁 부여군농민회 서부여지회장은 “부여에 돈이 돌 수 있는 요소는 크게 내수와 관광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안좋아지면 지역 경기가 위기를 맞는데, 지역화폐로 일정 정도의 자금을 지역에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내수경제가 바닥을 치는 걸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