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지역화폐 ‘굿뜨래페이’, 지역경제 지킴이로 우뚝

발행액수 ‘190억’ 자랑하자마자 ‘320억’으로 또 성장
장롱 속에 묻힐 돈, 순환 잠재력 가진 지역화폐로 변신
부여경제 바닥 칠 일 없다 … 지역경제 든든한 버팀목

  • 입력 2020.05.17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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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엄청 많이들 쓰셔요. 장사에 도움이 되죠, 그럼요.” 지역화폐에 대한 질문에 충남 부여의 소상공인들이 열이면 열, 입 모아 대답하는 말이다. 부여군의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는 발행을 시작한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아 벌써 반석 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리조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관내에 영업 등록된 모든 업소가 참여하고 있는데다 최근 지난해와 올해분 농민수당이 연거푸 굿뜨래페이로 지급되면서 쉴 틈 없는 도약을 하고 있다.

부여엔 농협하나로마트 외에 이렇다 할 대형마트가 없지만, 인근의 군산·논산 등지로 나들이 겸 쇼핑을 다니는 인구가 적지 않다.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쇼핑 확산도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지역화폐는 이같은 소비패턴을 지역 내로 회귀시키는 효과를 이끌 수 있다. 때마침 코로나19로 경기 자체가 침체돼 있던 터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건 상인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부여중앙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손남희씨는 “코로나19로 한때 90% 가까이 매출이 줄었는데 굿뜨래페이가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니 소비자·상인 모두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면 앞으로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웃 생선가게 사장은 “공돈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있는 생선을 사는 데 많이들 쓴다. 아무래도 그 전보다는 장사 사정이 한결 좋아졌다”며 웃어보였다.

지난 11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임용재씨가 어버이날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로 결재된 금액을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임용재씨가 어버이날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로 결재된 금액을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있다.

부여군은 2012년부터 지류 지역화폐를 발행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용카드 및 스마트폰 앱(QR코드) 방식의 굿뜨래페이를 출시해 집중하고 있다. 신규 충전할 때 10%의 인센티브를, 사용할 때 추가로 최대 8%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굿뜨래페이를 받은 업주는 이를 현금화하지 않고 바로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발행액수 190억원 달성’ 현수막을 게재 보름만에 ‘320억원 달성’으로 바꿔야 할 만큼 그 성장세는 뚜렷하다. 지난해·올해분 농민수당 125억원을 제하더라도 200억원 가까운 순수 충전이 이뤄졌다. 사용자 수 2만7,000명은 부여군 인구(6만6,000명)의 41%며 경제인구(4만명)의 67%다.

홍산면에서 정육점을 하는 임용재씨는 손님들에게 굿뜨래페이 앱을 깔아주고 홍보하는 자발적 ‘지역화폐 전도사’다. 임씨는 “앱을 깔아드리면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있었다’며 좋아들 하신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든 것 같고, 장사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어버이날 대목엔 하루 동안 굿뜨래페이로만 3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기뻐했다. 홍산면 상인·주민들에 의하면, 식당에서 서로 식대를 계산하려 하고 주문하지 않아도 될 메뉴를 추가 주문하는 등 호전된 경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인석 부여군 공동체협력과 주무관은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듯 고령화된 지역은 장롱 속으로 돈이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금이 굿뜨래페이로 변해 군내에서 순환할 수 있는 320억원의 자본이 된 것이고 실제로 순환하고 있다”며 “190억원에서 320억원이라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아마존 등 대기업에서만이 아니라 부여군이라는 작은 생태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부여 지역경제를 되살린 굿뜨래페이의 1등 공신은 농민수당이다. 굿뜨래페이를 매개로 농민-소상공인의 상생관계를 증명함으로써 소위 ‘호혜성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곧 지급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다시 한 번 굿뜨래페이의 폭발적인 확산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근혁 부여군농민회 서부여지회장은 “부여에 돈이 돌 수 있는 요소는 크게 내수와 관광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안좋아지면 지역 경기가 위기를 맞는데, 지역화폐로 일정 정도의 자금을 지역에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내수경제가 바닥을 치는 걸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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