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올해도 여전히 5월은 뜨겁다

  • 입력 2020.05.10 18:00
  • 기자명 권혁주(충남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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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충남 부여)
권혁주(충남 부여)

바야흐로 5월이다. 5월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기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터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로 대표되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스승의 날도 있다. 꼬마시절 봄 소풍과 개교기념일이 있어서 하루건너 하루 쉬었던 징검다리 휴일을 포함해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이른바 ‘연속 빨간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제법 커버린 아이 셋의 아빠이자 이제 칠순이 되신 어머니의 장남으로서 맞이하는 5월은 해마다 기대 반 부담 반의 남다른 추억을 안겨주곤 한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향긋한 꽃향기 맡을 수 있는 5월은 결혼하기에도 좋은 날이고 집 소유여부와 무관하게 이사 가기에도 괜찮은 날이다. 비, 바람, 따뜻함, 시원함 등 거의 모든 날씨를 겪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과하지 않아 오죽하면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 하지 않았던가.

삶의 소중한 기억을 담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기념일과 환상적인 날씨가 어우러지는 5월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하기도 좋고 놀기에도 좋은 푸르른 5월의 봄날은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왔다.

농민에게는 악몽처럼 다가온 기상이변이 일상이 돼버린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올해 봄날은 심상치 않다. 예년과 달리 아침기온이 너무 낮아 딸기하우스 개폐기를 닫아야하는 귀찮음이 반복되기가 무색하게 느닷없이 여름 날씨로 탈바꿈했으니 말이다. 옆 동네 배 농가에서는 냉해로 배꽃이 수정되지 않아 울상이고 재해보험의 실효성 문제도 여전히 회자된다.

이런 와중에 우리 동네 도지사께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충당을 이유로 충청남도 농어민수당 지급액을 축소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 지역 농민들의 불만이 드높다. 거기다 자신의 공약사항인 친환경급식을 무력화시키는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사업 예산삭감과 더불어 지역가격제 도입이란 명목으로 최저가입찰을 시도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가 막힐 일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후퇴한 정책으로 회귀하며 변덕스러운 5월의 날씨보다 더 매섭게 농민들을 내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재난상황이라며, 국난을 극복하자면서 농업은 늘 뒷전이고 농업예산은 국가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당하는 듯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지깽이도 일어나 일손을 돕는다는 이른바 극한 농번기인 아름다운 5월에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와 각종 기자회견에 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120여년 전 5월의 어느 날에도 농민들은 황토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 날 척양척왜, 보국안민을 외치던 민초들은 5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40년 전 5월 광주 또한 말을 해서 무엇하랴. 저항의 40년을 보낸 광주는 지금 5월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5월이 5월다웠으면 좋겠고 5월을 건너뛰고 바로 여름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5월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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