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의무교육, 농민 손으로

  • 입력 2020.05.10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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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일 세종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에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주최로 열린 의무교육 강사양성 교육. 충북 제천 농민 김동환씨가 농민들에게 강연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세종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에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주최로 열린 의무교육 강사양성 교육. 충북 제천 농민 김동환씨가 농민들에게 강연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농업 교육을 농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진행돼 눈길을 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영재, 친환경농업협회)의 ‘농민주도형’ 친환경농업 의무교육 설계에 대한 이야기다.

친환경농업협회는 ‘기왕 하는 의무교육, 농민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만들어가자’는 입장에서 농민주도형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그 일환으로 4월말에서 5월초에 걸쳐 세 차례의 ‘의무교육 강사양성 교육’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달 28일 전남 담양 두리농원, 지난 6일 세종시 홍익대학교 국제연수원, 8일 경북 성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렸다.

프로그램 주요 내용은 친환경 의무교육을 위한 교수법 공유, 강연 실습 및 전문강사의 지도 등으로 이뤄졌다. 6일 세종시 교육장에도 1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전문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강연을 진행했다.

정영기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교육국장은 참석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다른 농민들에게 생태환경 보전, 건강한 먹거리 생산 활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과거처럼 교육자, 피교육자의 역할이 나뉘는 게 아닌, 농민이 교육의 주체로서 지속가능한 교육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지금”이라 강조했다.

전문강사로 초빙된 김봉광 한국강사협회 부회장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어수선한 청중들을 집중시키는 문제에 고민이 많더라”며 “농민 자신이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가진 고민과 지혜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청중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농민들의 강연이었다. 참석자들은 약 10~15분씩 번갈아가며 다른 농민들에게 강연을 진행했다. 여러 이야기들 중 충북 청주에서 온 김남운씨가 강연에서 한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한다.

“(점차 줄어드는 친환경농가 통계를 보여주며) 우리 마을은 90호 정도의 가구가 모인 집성촌이다. 옛날엔 모든 농가가 친환경농사를 지었으나, 지금 친환경농가는 다섯 농가다. 이 다섯 농가란 숫자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숫자다. 내 마늘밭 옆의 농민 분도 어느새 영양제와 농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위기는 친환경농업이 지속가능하냐 안 하냐의 위기라 생각한다. 어머니가 몸이 더 불편해져 밭에 나오기 힘든 시기가 도래하면, 이 통계는 더 무너질 것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농민들은 매 강연마다 단 한 명도 졸지 않고, 휴대전화도 보지 않은 채 집중해서 다른 농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곳곳에서 “맞아 맞아” 하는 맞장구가 들려왔다. 그 동안 공무원들이나 전문 강사 위주로만 진행된 교육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결국 농민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이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도, 효과적으로 다른 농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도 같은 ‘농민’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친환경농업협회는 향후 강사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단기적으론 농민들에게 친환경농민으로서의 동기를 부여함과 함께, 장기적으론 교육을 통한 농가 조직화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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