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친농연, 왕우렁이 월동 민관합동조사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 실제 피해 연구 선행돼야”

  • 입력 2020.05.10 18:00
  • 기자명 홍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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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안나 기자]

지난 6일 경기친농연 등 민관합동조사단이 경기도 양평 도곡천 웅덩이에서 왕우렁이 월동 흔적을 찾고 있다.
지난 6일 경기친농연 등 민관합동조사단이 경기도 양평 도곡천 웅덩이에서 왕우렁이 월동 흔적을 찾고 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김상기 회장, 경기친농연)가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왕우렁이 월동조사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에 참여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합동조사단은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경기도농업기술원 및 해당 시·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 친농연 회원 등 7~8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경기도 양평·파주·화성 세 지역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경기친농연에서는 조사단으로 박영선 수도작분과위원장, 백승배 양평친농연 회장, 이종용 양평잡곡쌀출하회장, 이원경 파주잡곡쌀출하회장 등 수도작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참여했다.

조사는 왕우렁이가 월동하기 용이한 조건이 갖춰진 하천을 선정해 주변 논과 천변을 조사했으며, 6일 진행된 양평 조사에서는 도곡천과 부용리 하천이 그 대상이 됐다.

조사단은 물살이 세지 않고 웅덩이가 생기는 지점의 진흙을 파헤쳐 생존한 왕우렁이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합동조사 과정에서 마주친 도곡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은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지만 도곡천에서 겨울에 왕우렁이가 월동하는 사례를 목격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부용리 하천 주변 경작지에서 친환경쌀 농사를 짓는 민기석씨도 “논바닥에서 죽은 껍데기 일부를 발견할 수 있지만 하천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변을 안내했는데, 실제 부용리 하천에서도 월동 왕우렁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백승배 회장이 “양평지역은 겨울에 논바닥이 30㎝ 이상 두껍게 얼기 때문에 왕우렁이 월동은 불가능하다”고 하자, 이병모 농진청 유기농업과 박사는 “그런 조건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여름에 하천으로 유입돼 알을 낳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확증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포함한 6종 생물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는 고시 개정안을 예고했으나 친환경농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취소했다. 환경부에서 왕우렁이를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려다 취소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다.

친환경농업계는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생태교란 생물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생태계에 피해를 가한다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우렁이는 외래 유입종인 황소개구리나 큰입배스와는 달리 천적이 많아 생태계에 피해를 주기보다는 농업과 환경에 기여하는 장점이 더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작지가 이천에 있는 박영선 위원장은 “양평보다 상대적으로 겨울이 따뜻한 이천에서도 우렁이 월동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쌀이나 찰벼 등 수도작을 하는 친환경 농가는 90%가 왕우렁이를 활용하는데,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게 되면 논농사에서 친환경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모내기철을 앞두고 농식품부의 왕우렁이 관리지침을 회원들에게 교육하고 논둑 높이기, 물 담수깊이 조절, 왕우렁이 차단망 설치 등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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