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순천린비료공장’ 준공, 북 비료산업의 큰 진전

  • 입력 2020.05.10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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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북한은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인근의 ‘순천린비료공장’에서 성대한 준공행사를 열었다. 이날 세계의 이목은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와 손짓, 표정에 쏠렸다. 그렇지만 이날 준공행사에서 정작 순천의 인비료공장에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북한 당국은 이 공장을 ‘농업전선의 병기창’이라 칭했다.

같은 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순천린비료공장 완공에 대해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이후 이룩한 첫 성과이며, 화학공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이어 대북제재 속에서도 스스로 현대적 중화학공업의 기술을 완성하고, 고난도의 대형 플랜트사업을 자체 기술로 건설, 완공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북은 이를 자력부강 정책의 본보기 사업으로 삼았다.

순천린비료공장은 지난 2017년 7월에 착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석회질소비료공장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운 비료공장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하반기에는 기술과 설비, 예산부족으로 차질을 빚게 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사업진척이 더뎌 여러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난해 초 이 사업을 재정비했고, 같은 해 3월부터 본격적인 진척을 드러냈다. 올해 들어서부터는 김 위원장이 첫 현지지도로 이곳을 택한데 이어 당의 고위간부와 내각총리 등이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 건설을 독려해 왔다. 순천린비료공장은 북의 화학공업과 비료산업에 있어서 주요 건설대상 사업이자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관한 북한 매체의 여러 보도내용에 따르면 순천린비료공장은 고농축 인안비료와 황인안비료를 생산하는 현대화된 생산공정을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 선진적 생산공정이라 하겠다. 복합공정과 통합공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더불어 주변의 생태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공장체계를 갖췄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통해 저품위의 광석으로도 고농도 인안비료를 대량으로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질소(N)와 인산(P), 또는 향후 가리(K) 성분까지 함께 추가하는 고급형 복합비료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순천린비료공장은 그들의 표현처럼 ‘새로운 시도여서 어렵고도 방대한 건설공사’였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원, 남흥화학설계사무소,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이 참여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은산화력발전건설사업소와 강선산업건설사무소는 수많은 공법상의 문제를 해소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인광석과 인회석, 규석 광산에서는 원료공급에 나섰고, 철도운수부문에서는 원료수송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도 한다.

북한은 그동안 비료가 부족해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김정은 시대를 맞아 비료수급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비료자급률은 8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국가와는 달리 북한은 비료 수입이 사실상 막혀 있어 자급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번에 준공한 순천린비료공장은 북한의 비료수급과 농업생산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각총리 시절 순천린비료공장 사업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봉주 정치국 상무위원은 준공사를 통해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일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게 되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향후에는 작목과 토양, 생육단계별로 적정한 시비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그들이 강조한 것처럼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원료’, ‘우리의 방식’으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남북협력을 통한 성과였다면 더 좋았을 일이다. 미래 남북농업의 상호보완성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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