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8~9만원이던 인건비가 10~11만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그마저도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하루에 끝낼 작업을 2~3일간 하고 있다. 인건비가 오른 것도 문제지만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작업이 계속 미뤄지다 보니 후작물 정식 등에 대한 부담과 걱정도 크다.”
인력 수급에 대한 전국 농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심상찮다. 당장 수확 중인 조생 양파만 놓고 보더라도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약 30% 정도 증가했는데, 6월 무렵엔 평년의 두 배 수준을 넘어서겠단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양파 수확이 한창이던 전남 함평군 손불면에서 만난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양파와 마늘은 생산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는 작목으로 손꼽힌다. 생산비 중에서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조생 양파 수확기부터 인건비가 크게 올라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상황이다”라며 “5월 중순 중만생 양파 수확기와 만생 양파와 마늘 수확이 겹치는 6월쯤엔 지역에 따라 인건비가 14만원에서 17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손불면 산남리 일원에서 양파 수확 작업을 하던 농민 김헌숙(56)씨는 “보통 베트남·필리핀·중국 등지서 외국 인력이 많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인력이 확실히 딸리는 느낌이다”라며 “인력이 워낙 부족한 데다 인건비도 비싸지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과 작업을 하러 나왔다. 인건비가 10만원을 훌쩍 넘게 오를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말했다.
또 전남 무안군 해제면 신정리에서 22년간 양파를 재배한 농민 채희운(55)씨는 “오늘 원래 16명이 작업하기로 했는데, 6명밖에 못 받았다. 양파를 뽑고 자른 뒤 톤백이나 망에 담아 이동까지 해야 하는데 인원이 적다보니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면서 "양파 수확을 마치고 바로 단호박 등 후작물을 정식해야 하는데 늦어질까 걱정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채씨는 “대규모 업자들의 경우 재배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인력들을 많이 끌고 다니며 농사를 짓는데, 면적이 좁은 일반 농민들은 인력을 구하기도 더 어렵고 인건비도 더 비싸다. 또 농작업이 날씨 영향을 받는 데다 근무 환경도 썩 좋지 않아 기피하는 경향도 커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 말고는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일각에선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작업을 진행하는데 너도나도 웃돈을 얹어주다 보면 인건비 자체가 크게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농민들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인력을 줄여 받는 등 부족한 가용 인력을 나눠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