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고즈넉한 농촌이 모처럼 활기를 띤 채 생동하는 시기다.
지역에 따라 못자리를 하거나 밭작물을 정식·수확하고, 과수 열매 솎아주는 작업 등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여느 때와 달리 조금 위축된 모습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정부도 정확한 농촌 인력 현황을 추산하지 못할 만큼 우리 농촌의 인력 수급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외국 인력이 없다면 우리 밥상을 책임지는 농산물 대부분이 생산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농촌의 외국 인력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이 불문율로 인식되고 있다.
허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적법 여부를 떠나 외국 인력의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상반기에 단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 제주와 전남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생 양파 수확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농가 입장에서 생산비 급증을 피할 길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농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및 지원 방안에 있어 농업과 농촌은 이상하리만큼 배제돼 있다.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농작업을 해낼 인력은 부족하고 인건비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출입국 통제의 여파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건 우리 농업·농촌만이 아니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독일 등 서유럽의 대표적인 농업생산국도 우리와 비슷한 인력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농번기 농촌의 필요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국경 폐쇄로 부족해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나아가 이들 국가에선 전세기로 인력을 끌어오거나 농촌 일손 부족을 식량 안보와 결부시켜 국민에게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농업계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듯하다.
이제 농촌 인력 대부분을 외국인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막연한 인식 정도론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증명된 셈이다. 외국 인력이 줄면 인건비가 오르고 이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장기화될 경우 우리 농업의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다.
이미 농촌에선 농작업이 집중되는 6월 쯤 인건비가 평년의 두 배 이상 능히 넘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게 정부 담당자는 “인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는 걸로 안다”는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해대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농번기 인력 수급 지원 방안’은 실효성이 전혀 없는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운영 외에 수치적으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농촌 실정과 농업 인력 수급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장에 적합한, 보다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