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부족, 정부의 책임이다

  • 입력 2020.05.1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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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이한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반복되는 농촌의 인력 부족 문제가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졌다. 농촌인력의 상당부분을 맡고 있던 외국인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면서 농번기 일손부족 문제는 그 심각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농협 영농작업반 확대, 지자체 공무원 등이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등하는 인건비는 일손이 필요한 농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농번기 농촌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한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위험에 직면한다. 농민들이 농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일할 사람이 없는 점을 손꼽고 있는 것은 절실하면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사는 하늘의 뜻과 같이 한다. 작기 별로 때를 놓쳐서는 안 되는 농사의 특성으로 시기 마다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인건비가 폭등해도 농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농사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돈을 더 얹어서라도 일할 사람을 구해야만 한다. 언제부터인가 외국인노동자가 아니면 농업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정부가 농업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농민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고 농촌보다 도시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공업중심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온 저곡가정책은 악순환을 불러왔다. 농지 임대, 농기계 구입 등 많은 고정비용을 투입해 농사규모를 늘리게 만들었고 생산량을 늘려 많은 작물을 판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정부의 경쟁력 강화 중심의 농정이 불러온 것이 지금의 연이은 가격폭락이다.

농사일은 365일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임금노동자가 선호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필요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일들이 집중되기 때문에 임금노동자에게 농업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식될 뿐이다.

무엇보다 농사일이 너무 힘들다는 것도 일손 부족의 주 요인이다. 몇 시간을 뙤약볕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쉽게 감당하지 못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많은 농기계가 개발돼도 여전히 인간의 노동력이 중요한 분야가 농사다.

햇볕에 그을린 새까만 얼굴, 거친 손의 농민들, 굽은 허리의 여성농민들을 보면 농업노동의 강도를 더욱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들녘에는 화장실도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허다해 농민들의 기본권조차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노동을 감수하면서 농업·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의 노고는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현상 속에 갇혀서 단순한 본질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외국인 노동력으로 순간순간의 문제만을 봉합하고자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일할 사람, 살아갈 사람이 농업·농촌에 돌아오는 환경으로 만들어 농민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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