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언제까지 농어민을 봉으로 대할 것인가?

  • 입력 2020.05.03 18:00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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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파릇하게 잘 자라던 작물들이 꽃샘추위로 냉해를 입고 시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냉해로 몇천만원 손해 봤네 하면서 브로콜리 밭을 갈아엎고 사료작물을 심는 분, 노지에 심은 아스파라거스가 다 얼어서 잘라내고 새순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분도 계신다. 아스파라거스가 많이 심어진다 싶더니만 값이 없다. 강원도청도 나서서 아스파라거스 팔아주기 운동을 하지만 노지에 아스파라거스를 1,000평 심은 농가는 수확을 해도 재미가 없을 텐데 얼어버려서 다행인가 싶다고 하신다.

매년 꽃샘추위가 온다. 그러나 올해 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건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과일값을 빼곤 농산물 값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다. 강원도는 아직 농산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아니어도 이 모양인데 앞으로 어떨지 걱정이다. 마늘, 양파 주산지에선 벌써부터 가격폭락으로 산지폐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2월 20일 강원도의회를 통과해 7월부터 지급키로 한 농어업인수당을 5개 지역 시장·군수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내년으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강원도가 농어민수당의 지급보류 결정을 하면서 강원도 농민들이 원주시청에 모여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도지사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았던 농어민수당을 도입하기 위해 2년 넘게 토론하면서 합의를 도출하고, 조속한 반영을 위해 마을마다 서명운동까지 벌이면서 이룬 농어민수당이다. 시장·군수 몇 사람의 판단에 의해 강원도 농민들과 행정, 그리고 의회의 합의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농민들 자존심이 있는 대로 상했고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원주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자 모였다. 사전 약속이 안 된 일방적인 일정이라며 청원경찰까지 앞세워 비서실에서 막는 바람에 시장실 문턱 앞에서 논쟁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남이나 타 지자체는 코로나19 대응으로 하반기에 지급할 계획이던 걸 상반기에 조기집행 하는 지역도 있는데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는 왜 이럴까? 농민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생각도 안하는가 보다. 남들 하는 만큼만 따라하면 좋으련만… 춘천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여성농민은 조례엔 농어민수당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경영주 또는 공동경영주가 지급대상이라 여성농민들이 배제돼 꾹꾹 참으며 합의해줬는데 이럴 수가 있냐고 했다. 앞으로 확대 시행되리라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조례를 무력화시킨 시장·군수들에 대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낙선운동을 벌여야 농민이 무서운 줄 알거라며 단합된 힘을 강조했다.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코로나19로 모임이나 외부활동을 못하는 요즘 묵묵히 농사짓던 농민들을 불러 모으는 재주가 있나 보다. 어렵게 농민이 모이니 할 일이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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