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친환경급식 포기하나

  • 입력 2020.05.0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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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코로나19로 친환경농가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 충남도)가 사실상의 친환경 학교급식 포기정책을 펼치고 있다. 충남 농민들은 충남도의 독단적 학교급식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충남도청 앞에서 충남 농민의길 대표자들이 충남도의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예산 삭감, 지역가격제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충남도의 독단적 급식정책추진을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충남도청 앞에서 충남 농민의길 대표자들이 충남도의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예산 삭감, 지역가격제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충남도의 독단적 급식정책추진을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 정한 차액지원금을 64% 삭감?

지난달 27일, 충남 농민의길(상임대표 정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충남친환경농업협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도연합(준)·가톨릭농민회 대전교구 가맹) 대표자들은 예산 충남도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충남도가 추진 중인 올해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 예산 삭감, 학교급식 농산물 지역가격제 추진 등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충남도의 학교급식 공급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 사업은 양승조 지사의 2018년 지방선거 공약사항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차액지원 사업으로 도내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공급비율이 2018년 53%에서 지난해 64%로 향상됐으며, 지역산 농산물 비율도 2018년 49%에서 지난해 60%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충남도는 올해 이미 확보된 차액지원 예산 279억원 중 164억원(전체 예산의 64%)을 삭감하려 한다. 지난해 229억8,000만원이었던 예산을 올해 279억원으로 올렸다가 작년 집행된 수준으로 깎으려는 건데, 이 과정에서 농민단체와 영양교사, 심지어 충남도교육청과도 일말의 협의조차 없었다.

장인동 충남도청 농식품유통과 팀장은 “지난해 약 229억원의 예산 중 집행된 건 115억원 뿐이었다”며 “최대한 친환경 차액지원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114억원의 미집행 금액이 남았었다. 이를 현실화하려는 것”이라 밝혔다.

차액지원 체감 못하는 농민도 있건만

반면 지난해 차액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장 농민들 중엔 이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말 홍성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홍성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개선 방안과 관련해 “학교급식비는 물가 상승분이 반영돼 매년 2% 이상 오르는데, 정작 학교현장에선 (친환경)농산물 가격을 시중 가격 수준의 싼 가격을 요구한다”며 “농산물 생산비는 매년 오르는데 급식 농산물 가격은 수년째 동결된 가격을 유지 중”이라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지역, 예컨대 태안군에선 지난해 말 기준 관행 고추도 1근당 1만5,000원으로 팔리건만 친환경 고추가 학교급식에 1근당 1만4,000원으로 공급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차액지원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친환경농산물이 비싸다고 여기기 때문인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차액지원 예산 삭감은 더더욱 명분이 없다.

전양배 충남친환경농업협회장은 “충남도정은 농민·학생·교육당국과의 ‘거리두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며 “지난해 차액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도 안 한 채, 농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예산 삭감을 단행하려는 게 양승조 지사의 농정인가”라며 규탄했다.

사실상의 최저가격 입찰, ‘지역가격제’

충남 농민의길은 기자회견에서 충남도가 도입 준비 중인 ‘지역가격제’에 대해서도 통렬히 비판했다. 요점은 지역가격제라는 명목하에 충남 급식체계에 사실상의 최저가격 입찰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역가격제는 충남 농산물의 가격지표를 정하겠다는 의도로 구상 중인 제도다. 지역 내 농산물은 전량 구매하되, 타 지역 농산물을 들여올 때 지자체에서 농민단체, 급식업체 등에 공모해 농산물을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내용이란 것이다. 장인동 팀장은 “영양교사들이 친환경농산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인 만큼, 적정가격 선에서 공급돼야 영양교사들도 인정하고 (친환경 학교급식)사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되기에 적정가격을 찾아보려는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게 아니고 천안·아산시에서만 도입하려 구상 중인 제도”라고 밝혔다.

여전히 ‘영양교사들이 친환경농산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 예산 삭감은 이뤄져선 안 되는 일이다. 게다가 이를 명분으로 ‘적정가격’을 잡겠다고 사실상 급식업체들에게 무분별한 입찰 경쟁을 부추길 제도를 구상 중인 상황이라, 충남 농민들의 분노는 크다.

김오열 충남친환경농업협회 정책위원장은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매년 작황도 다를 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유통경로도 달라 일반농산물과 달리 가격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그럼에도 타 지역과의 가격을 비교해 우리 지역 가격이 높냐, 낮냐를 비교하는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이어 “정작 필요한 건 현장 친환경농가의 생산비 관련 조사다.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생산비가 투입되는지, 각 지역별 평균 생산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객관적인 지원정책이 가능하기에 충남도에 이를 같이 조사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라 밝혔다.

민·관협치 무시한 ‘판 뒤집기’

충남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충남도의 정책 결정이 기존 학교급식 관련 민·관협치 체계를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충남 광역급식지원센터장으로서 충남 학교급식 민·관협치 체계를 조율해 온 김호 단국대 교수는 “충남도는 기존 협치 체계를 무시한 채 지역가격제와 차액지원 예산 삭감 정책을 도청 혼자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 과정에서 정책 파트너인 도 교육청과의 협의도 없었고, 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협치 참여자들 간 회의 과정도 없었다. 이런 식의 ‘협치체계 무시’는 충남 학교급식 2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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