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방역 규제, 넌더리 난다

살처분 한돈농민, 농식품부 지침만 기약없이 반년 넘게 기다려
축산차량 출입통제 조치에 생산자·지자체 “협의 없었다” 분통

  • 입력 2020.05.03 18:00
  • 수정 2020.05.03 19:1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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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접경지역 한돈농민들이 과도한 방역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차단도 중요하지만 한돈농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헤아려 현장에 적용가능한 방역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한돈농민은 지난해 10월 경기 연천군 자신의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자 양주시에 위치한 본인 소유의 농장에도 살처분이 집행됐다. 양주시의 농장은 계속된 환경시료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돼지를 입식하지 못하고 있다.

양주의 농장에선 ASF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점관리권역이어도 여전히 돼지사육이 가능한 지역이다. 그는 “양주지역에선 한돈농가들 중에서 나만 돼지가 없다. 그저 기다리라는 얘기만 듣고 있다”라고 탄식했다.

양주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재입식 절차에 관한 지침을 요청했지만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생이 계속되니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경기북부지역 살처분 농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더욱 쌓여가지만 농식품부는 ‘기다려라’는 답변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이달부턴 접경지역 한돈농장의 축산차량 출입제한 조치까지 시행되며 접경지역 한돈농가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장 유형을 원천차단, 내부 울타리 설치 후 허용, 내부 울타리 설치 불가능으로 구분해 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농장은 사전에 출입차량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했다. 다음달까지 차량 출입으로 방역관리가 미흡한 농가는 정책자금 지원을 제한하겠다는 엄포도 덧붙였다.

대한한돈협회(회장 하태식)가 지난달 말, 지역 양돈장을 긴급히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75호 중 47호가 내부 울타리를 설치하기 어려운 농장으로 조사됐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대개 농장부지가 협소해 단기간에 울타리를 설치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면서 “해당지역 농가들이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지도·점검을 해야하는 지자체 축산방역 관계자들도 농식품부의 일방적인 규제조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지역 기초지자체의 한 방역담당자는 “겨우 1주일 남짓 시간을 주면서 4월말까지 컨설팅을 하라는데 말은 쉽다”라며 “경기북부지역을 희생하며 반년 넘게 시간을 벌었는데 이제 포천까지 ASF가 나왔다. 농식품부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관계자는 “양돈장 시설은 하루아침에 변경하기 어렵다. 이미 중점관리권역으로 통제하고 있는데 옥죄어 오니 답답하다”라며 “생산자단체 및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서 정책을 발표했으면 덜 답답할텐데 그저 시행하라고만 하니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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