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학교급식 배달체계, ‘먹거리 뉴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 입력 2020.05.03 18:00
  • 기자명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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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초등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에 합류함으로써 긴급돌봄 서비스에 참여한 초등학생 수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시도교육청별 긴급돌봄 참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전국에서 11만4,550명의 초등학생이 긴급돌봄 서비스에 참여했다. 전체 초등학생 272만1,484명 중 4.2%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그런데 학교급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배달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다. 긴급돌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정상 출근하는 학교급식 조리사들조차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우리나라 무상급식 식품비 예산은 약 2조7,000억원, 한 달 미사용 금액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국가 재난사태임에도 아이들의 건강은 뒷전이고 법부터 따지고 있는 학교현장을 보며 학부모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원격교육 기간에도 학교급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학교급식은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학교급식법」제13조(식생활 지도 등)에서 ‘학교의 장은 올바른 식생활습관의 형성, 식량생산 및 소비에 관한 이해 증진 및 전통 식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하여 학생에게 식생활 관련 지도를 하며, 보호자에게는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전라남도는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식자재 지원 예산 중 104억원을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농가와 학교급식 납품업체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조처다. 전라남도와 전라남도교육청은 4월 말까지 초·중·고 학생들과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생의 가정으로 농산물 꾸러미를 전달한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학교가 쉼에 따라 제자들이 굶을까 걱정된 선생님이 18㎏ 배낭을 메고 밥 배달에 나선 사실이 화제를 낳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배달 등을 통해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나라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교육현장은 온라인 교육으로, 혹은 온라인 교육 병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학교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경제조직이 활성화돼 있다. 자치단체의 의지만 있다면 학교에서 조리된 급식이 학부모가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해 아이들 가정으로 배달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정부·학교·자치단체·시민사회가 새로운 합의·계약을 맺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협치를 통해 학교급식을 혁신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다시금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 학교는 기존처럼 급식을 재개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경제조직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조직을 활용하면 환경친화적인 재사용 도시락 식판을 제작하고, 급식 배달 공공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학교 돌봄교실 학생과 교직원,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과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하게 되고, 생산 농가는 예전처럼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한, 학교 식자재 납품업체의 경영안정, 맞벌이 가정의 근심・걱정을 덜어줌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식량위기에 대비해 우리나라 식량안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먹거리 뉴딜 프로젝트’가 탄생할 기회가 된다.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고 보상체계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학교급식 배달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를 참여시켜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을 모으고 배달경로와 시간 등을 알리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못할 것이 없다. 정상 등교가 이뤄지면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육급식 배달체계가 진일보할 수 있다. 동네식당과 연계한 아침밥 배달체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아이들 아침밥, 사회배려계층 아침밥을 배달하는 ‘먹거리 뉴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3차 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는 한편, 정부 일자리를 50만개 창출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국가 및 자치단체의 예산은 당장 시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외에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협치·혁신적인 뉴딜 프로젝트에도 전략적으로 배분돼야 한다. 특히 기존 생산·유통 체계를 안정화하고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있는 ‘먹거리 뉴딜 정책’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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