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개발한 벼, 사막서 재배 성공

건조 열대지역용 벼 ‘아세미’ 수확량 … 국내 재배 대비 40% 증가
1ha 재배 시 물 비용 2천만원 … 경제성 확보 필요성 과제로 남아

  • 입력 2020.05.0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이 아랍에미리트 사막지역에서의 우리 벼 품종 재배에 성공했다. 사진은 수확을 앞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지역의 벼 생육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이 아랍에미리트 사막지역에서의 우리 벼 품종 재배에 성공했다. 사진은 수확을 앞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지역의 벼 생육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벼 재배 가능 지역을 사막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번 UAE 사막 벼 실증시험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또 열대 건조지역용으로 육성한 ‘아세미’ 품종의 해외 재배 성공과, 파종에서 수확까지 벼 재배 전 과정을 실증하고 체계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이 지난달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의 벼 실증재배 결과를 발표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 한-UAE 정상회담간 논의된 농업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25일 사막지역(샤르자)에 건조지역용으로 개발한 벼 ‘아세미’ 품종을 파종했다. 5일 수확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달 24일 조사 결과 수확량은 중점구역 기준 10a당 763kg 수준으로 전망된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는 동일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했을 때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준이며, 벼 재배에 적합한 현지의 풍부한 일사량과 생육단계에서의 적합한 양분투입·물관리가 주요한 증수요인으로 분석된다.

UAE는 우리나라에 비해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아 한여름에는 작물 재배가 불가능하며, 벼 재배 가능 기간은 8월에서 이듬해 4월로 한정된다. 아울러 벼 재배 실증지역의 토양은 모래흙으로 구성돼 양·수분 보유력이 매우 낮고, PH가 8.5~9.0 정도로 높은 알칼리성을 띈다. 지하수와 담수 역시 알칼리성이며, 지하수에는 염분이 0.12% 포함돼 벼를 재배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농진청은 포장을 조성할 당시부터 토양 40cm 깊이에 부직포를 매립해 물 빠짐을 최소화하는 UAE 상수도를 활용해 관개용수로 담수를 공급했다.

UAE는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을 구비해 많은 양의 담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주변의 다른 사막 국가에 비해 농업용수 공급이 비교적 용이한 측면이 있으나 1톤당 물 가격이 1,400원 정도로 매우 비싸다. 농진청은 바닷물을 제염 처리해 사용한 담수 비용이 1ha당 2,000만원에 달하며, 국제 태국산 장립종 기준 1ha 생산액이 약 565만원인 점을 감안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PH와 염도가 높은 UAE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안 △담수재배에 비해 물 사용량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고랑재배 및 포기별 점적관수 방식의 적용 방안 △파종시기를 8월 말로 당겨 벼 수확 후 밭작물을 이어짓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진청은 5월 벼 수확 후 생산량을 확정한 뒤 쌀 단백질 함량과 완전미 비율 등 쌀의 품질도 함께 분석할 예정이며, 재배 과정에서 제기된 논 평탄작업과 관개 및 수질관리 방법 등 시행착오 개선을 위해 전문기관인 농어촌공사와도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용수의 높은 PH와 염분 저감기술을 검토하는 한편 코로나19 여건이 호전되는 대로 UAE 기후변화환경부와 협의해 2차 시험재배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막에서의 벼 재배 가능성을 확인했고 향후 꾸준한 후속시험으로 벼 재배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경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농진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접근이 제한되자 카메라와 수질·토양·기상 등 환경측정센서와 물높이 측정센서 등을 설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기상 및 물 관리·생육 상황을 확인·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