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용동 농민, 구거 용도폐지 반발

농민들, 현장 의견 수렴 않는 농어촌공사 광주지사 규탄
공사 담당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대립

  • 입력 2020.05.0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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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9일 농민들과 이준경 용동마을 통장이 오랫동안 농로로 사용해온 구거가 용도폐지될 경우 돌아다녀야 할 숲길을 가리키고 있다. 이준경 통장은 “용도폐지 신청이 승인되기 전이지만 A업체가 이미 주변에 말뚝을 박아 농로 통행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농민들과 이준경 용동마을 통장이 오랫동안 농로로 사용해온 구거가 용도폐지될 경우 돌아다녀야 할 숲길을 가리키고 있다. 이준경 통장은 “용도폐지 신청이 승인되기 전이지만 A업체가 이미 주변에 말뚝을 박아 농로 통행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농사짓는 농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관이 농어촌공사인데, 현장에 한 번 나오지도 않고 A업체 이야기만 듣고 재산권 보호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만을 내세워 구거 용도폐지를 신청해 농민들이 오랜 기간 사용한 농로가 없어지게 됐다. 이제 동네 어르신들도 농사짓는 곳까지 한참을 돌아 다니셔야 되고, 농기계 진입도 어려워 심각한 불편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용동마을 농민들이 모여 한국농어촌공사 광주지사를 규탄했다. 농민들과 공사 광주지사에 따르면 공사는 A업체 요청에 따라 용동제(저수지) 인접 구거(인공수로)를 용도폐지해 A업체에 불하했다. 또 A업체는 소유 농지를 용도폐지 구거의 대체용지로 농어촌공사에 기부체납할 예정이다.

농민들은 “A업체는 그간 마을의 맹지 수천평을 매입했고, 이번 구거 용도폐지로 도로를 확보해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 해당 구거가 용도폐지 절차를 거쳐 A업체 소유로 바뀔 경우 공사가 얻는 이익이 전혀 없는데 농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왜 A업체 이야기만 듣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준경 용동마을 통장은 “공사는 농로를 사용하는 마을 주민이나 농민들과 단 한 번도 협의하지 않고 토지분할 측량 등 구거 용도폐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농민들의 면담 요구도 지속해서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사 광주지사 담당자는 “A업체 소유 농지에 구거가 지나가다 보니 재산 상 침해가 발생해 A업체가 공사에 용도 폐지를 신청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그간 A업체와 주민 간 첨예한 대립이 계속 이어져 온 것으로 아는데 A업체가 용도 폐지한 구거를 불하받은 뒤 보다 넓은 면적의 대체용지를 기부체납 할 예정이다. 그 경우 용동제 유입량 증가 등 여러 이득이 예상되기 때문에 공사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담당자는 “농민들 반발이 심하고 민원이 반복되다 보니 대체 농로 마련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농로 마련을 위해 A업체 사유지를 억지로 내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냐”며 “기부체납 받을 대체용지에 농로를 내려고 했으나 저수지에 잠긴 부분이 많아 매립이 필요하고, 경사도 심해 석축을 쌓고 성토를 하는 등 공사비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적법한 절차에 따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준경 통장은 “용동제 용수를 사용하는 농지 80% 이상이 산업단지로 편입돼 수량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용수량 확보 등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라며 “농민들 의견은 무시한 채 A업체 재산권과 입장만을 대변하는 농어촌공사가 도대체 무얼 위해 존재하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예정대로 구거 용도폐지를 진행하고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감사원 등에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보내 대응할 것으로 전해져 공사와 농민들 간 갈등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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