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

  • 입력 2020.04.26 18:18
  • 기자명 김호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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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 교수
김호 단국대 교수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로 세계무역량이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이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각 나라는 식량 재고와 식량안보에 불안해하며 수출을 중단하거나 식량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아시아무역센터(ATC)는 예상하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유무역의 기수였던 미국을 위시해 세계 각국은 내수 부양책을 우선시할 것이므로 자유무역의 기조는 쇠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세계화 시대를 배경으로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세계의 각종 질병이 글로벌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메르스와 사스, 신종플루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바이러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나 구제역, 조류독감 등 축산업을 초토화시키는 가축질병들은 세계화 시대의 산물 중 하나이다. 글로벌 시대의 재앙이다.

또 어느 환경운동가가 주장했듯이, 개발 논리를 앞세운 산림 같은 자연환경의 파괴 때문에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에 거리가 짧아져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환경재앙의 하나이다. 바이러스와 그 변형체에 의한 세계적 감염병은 적어도 3∼5년 주기로 나타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모두가 인간의 물질적 탐욕과 생명 경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재앙이다.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감염병에 대비해 지금의 생산-유통-소비체계를 보완하고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다. 신선농산물의 유통체계가 마비돼 제 때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폐기처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농민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말할 수 없다. 또 점차 보호무역주의로 옮겨가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 쌀과 신선 채소, 일부 과일을 제외하고 수입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리고 개발 논리와 성장지상주의에 따라 자원은 부족해지고 환경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농업이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상당 부분은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농업의 친환경적 생산방식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불변의 진리가 아닌 자유무역주의

반세기 이상을 훨씬 넘는 세월을 자유무역주의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뀌어왔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 인하와 수출입 규제 등 무역장벽을 제거해 자유무역을 확대하고자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의 성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세기 전반에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중심으로 형성한 블록경제가 자유무역을 방해했고, 블록경제가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은 이후에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설립도 주도했다. 자유무역주의는 강대국의 경제적 패권주의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자 중상주의적 보호무역을 비판하면서 자유무역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의 기초를 마련한 아담스미스와 리카도는 자유무역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식민지 개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독일의 공업이 발달하면서 독일제 공산품이 영국의 시장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이때 영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으로 돌아섰다.

독일의 리스트는 영국 같은 선진국에게 자유무역이 유리하지만, 독일 같은 후진국에게는 불리하다고 하면서 자유무역을 비판했다. 세계 전쟁 이전에 독일의 동부지역은 지주(Junker) 중심의 농산물 생산과 수출을 하면서 자유무역을 주장했고, 서부지역은 공업발전 초기여서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수준에 따라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를 선택한다. 미국 또한 19세기 전반에 노예노동으로 대규모 농업을 하던 남부지역은 담배와 면화의 수출경쟁력이 강해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반면에 북부지역은 공업발전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각 나라의 자유무역주의는 여건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보호무역주의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감염병에 대비해 지금의 생산-유통-소비체계를 보완하고 바꿔야 한다. 또, 식량 수입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일 전남 진도군 군내면 나리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관한 경로당 앞에 모여 있다. 한승호 기자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감염병에 대비해 지금의 생산-유통-소비체계를 보완하고 바꿔야 한다. 또, 식량 수입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일 전남 진도군 군내면 나리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관한 경로당 앞에 모여 있다. 한승호 기자

다시 등장하고 있는 식량위기론

코로나19로 식량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얘기가 국제기구와 해외전문가들로부터 솔솔 나오고 있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에 발생됐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때 곡물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때문에 발생한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 사례를 들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흉년으로 밀 수출국가들이 일제히 수출을 제한했다. 코로나19가 원인이 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에 인력이동이 제한돼 농업노동력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유럽의 농업선진국은 동유럽 노동력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국경봉쇄로 유입이 차단됐다.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상기후라도 발생되면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심각한 상태로 될 것이다. 우리 농촌도 외국인 농업노동자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있지 않은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쌀 재고량은 충분하고, 국제적으로 곡물생산량과 재고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물류와 곡물메이저의 사재기가 문제될 수 있다. 또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 등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이 곡물들은 사료나 가공원료로 중요한 것들이다. 애그플레이션 당시의 우리 상황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밀 가공식품과 사료가격이 급등해 곤란을 겪었다. 가공식품의 가격은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지 않은 경향이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곡물 부족사태가 끝나더라도, 소비자의 가계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식량위기에 대비한 식량안보의 강화는 변함없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 등 기초적인 생산기반과 농업인 등 인적자원, 농업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재적인 생산능력인 식량자급력을 확보해 식량자급률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 식량자급률 향상은 식량주권을 강화한다. 식량주권은 식량의 생산, 분배, 소비 체계에 관해 세계적 곡물메이저나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의 요구에서 벗어나 생산자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확보된다. 토지나 물, 종자와 가축, 생물다양성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권리를 식량 생산자가 가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안유통체계 구축

이번에 기존의 농산물 유통체계와 판로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존의 유통체계는 시장개방에 따른 글로벌시장,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대량유통 체계, 상품유통의 공간적 및 인격적 분리, 말하자면 생산장소와 소비장소 간의 먼 거리,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 대면 대신에 브랜드 및 명세서 등에 의한 유통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 등 시장경제원리가 주도적으로 관철되는 유통체계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채소농가들은 매우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은 채소꾸러미, 과일꾸러미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약정된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여성농민이 그전에 꾸러미사업을 해 온 경험이 활용돼 추진할 수 있었다. 꾸러미사업은 대안유통의 하나다. 대안유통은 기존의 유통을 대신할 수 있는 유통체계와 활동이다. 대안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형성과 교류를 통해 축적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해 거래되는 얼굴 있는 지역 내 유통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안유통의 본질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형성, 관계의 확대와 연대, 도농교류와 신뢰, 소통과 협력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유통(로컬푸드 시스템)을 원칙으로 하며, 유통거리 뿐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유통체계다. 예를 들면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로컬푸드 장터, 농민장터, 꾸러미사업, CSA(공동체지원농업), 로컬푸드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소규모 지역생협의 도농공동체적 직거래 등이다. 대안유통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기준가격 형성의 원칙과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자원순환형 농업으로 전환

농업은 공업과 달리 생산을 통해 환경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생명을 가진 동식물을 기르는 산업으로서 농업철학은 생명철학이고 공생철학이다. 농업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식량을 생산하고, 식량으로 이용되는 동식물도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관점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원순환형 농업은 자연의 체계가 동물, 식물, 인간 등 어느 한 존재만의 단독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자연과 동식물, 인간이 일체가 되는 순환농업 시스템이다. 이로써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에서는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주로 축산 부산물을 원료로 한 퇴비, 가축분뇨, 액상분뇨 같은 유기질 비료에서 얻는다. 이러한 유기질 비료를 적정 수준으로 투입할 때는 작물생산과 농업환경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과다 투입됐을 때는 작물에 필요한 양분요구량을 초과해 농업생태계에 환경부하를 주게 된다. 경종-축산 연계의 자원순환형 농업은 경종부문에서 발생하는 친환경 사료의 총량이 적정 가축사육두수를 결정하는 요건이 된다.

또 동물복지, 지역 내 경종-축산을 연계한 지역자원순환형 농업과 적극적인 친환경축산을 추진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동물복지와 친환경축산 확대를 통해 면역력이 강한 건강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다. 경종과 축산을 연계해 부산물이 폐기물이 되지 않고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경종부문과 축산부문에서 생기는 부산물 간의 물질균형과 양분균형 수준을 설정해 이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경종부문과 축산부문에서 발생된 유기물질이 최적수준을 유지하면서 농업생태계의 물질순환 기본원리에 부합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 농정에 대한 속시원한 돌직구, ‘농사직썰’을 매월 1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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