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민 없는 21대 국회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박형대(전남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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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대(전남 장흥)
박형대(전남 장흥)

21대 국회의원이 구성됐다. 그런데 직업 분포에 단 한 명의 농민이 없다. 국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는 국민 대표의 회의체이다. 결국 국회의 대표성은 계급‧계층의 다양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각 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직업에서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비례대표에 약자층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농업, 농촌이 급속히 무너지고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비례대표가 그나마 농민 국회의원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됐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시작된 농민 전략명부는 민중당에서 이어받아 2번으로 배치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중당이 3% 득표에 실패하면서 농민대표의 국회 진출은 좌절됐다.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애초부터 농민비례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정의당은 하위권에 농민전략명부를 설정함으로써 민중당의 성공여부가 농민 국회의원 당선 여부를 좌우한 셈이다.

이제 4년간은 농민이 없는 국회가 운영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농업부분은 그림자 취급을 받아 억울하고 울화통이 터질 지경인데 농민 없는 국회는 얼마나 더 할지 상상이 안 된다.

그러나 트랙터가 없다고 농사 포기하는 농민 없고 오히려 괭이로, 삽으로라도 농사를 보란 듯이 지어낸다. 어려움 속에서 더욱 지혜와 힘이 솟아나는 게 농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래통합당이 무너지면서 촛불혁명의 에너지가 사회대개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잘 이용하면 농민이 정치의 주인, 국회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일찌감치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감을 싹 버리고 직접 정치의 길로 농민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보여줬던 농민 출신이라는 어정쩡한 국회의원들도 없기에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농민들이 당당히 나설 수밖에 없다.

비록 농민 없는 국회지만 21대 국회의 사명은 ‘농정대개혁 완성’이다. 그리고 설계도와 추진력은 오직 농민에게 있다.

농민수당 운동과 도입과정에서 보듯이 농민이 정치적으로 단결하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 농민이 주도한 조례제정운동으로 지방정치 민주주의를 한 층 끌어올리고 지방농정을 개혁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민들은 이제 국가차원의 농정대개혁안을 설계하고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 그동안 한국농업을 망친 신자유주의 개방농업, 규모 중심의 기업농 육성 정책을 폐기하고 농업의 공공성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현 농업정책을 손질하는 정도의 개혁이 아니라 근간부터 확 뒤집고, 새로운 농업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그것도 철저히 농민중심이어야 한다. 농업을 탁상과 사무실에 가둬 놓지 말고 농민이 만들고 농민이 주도하는 농정개혁운동이어야 한다.

농정개혁은 개헌에서 법률 제·개정, 예산 확보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하고 국회를 주도할 수준이 돼야 하며, 이런 차원에서 전농 등 농민의길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 수 있다.

어쩌면 ‘농민 없는 21대 국회’는 농민에게 화가 복이 되듯이 ‘농민이 주도하는 21대 국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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