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참여 농민 위한 안전장치를”

인터뷰 l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신임 회장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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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경기친농연) 신임 회장은 20년째 민통선 내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친환경농사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배와 당근, 감자 등을 재배하는 김 회장은 “처음 친환경농사를 시작한 뒤 (재배의 어려움으로) 폐농한 적도 많았다”며 “최근엔 기후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작년엔 태풍 때문에, 올해는 동해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털어놨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김 회장은 경기친농연 원예분과 총출하회장 및 파주친농연 회장 등을 역임하며 경기도 친환경농업 발전을 선도해 왔다. 코로나19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시점에서 경기친농연 회장을 맡아 어깨가 무거운 김 회장을 지난 21일 광주 경기친농연 사무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급식 정지로 농민들의 고통이 크다. 대책은?

농민들의 힘만으로 대책을 세우긴 어렵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확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또한 근본 대책은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행정이 협력해 공공조달체계 내에서 생산자가 겪을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가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경기도에 생산안정기금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급식예산을 보면 소비자에게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예산만 있었지, 급식 중단 시 생길 문제를 대비하는 예산은 없었다. 예산을 세우더라도 어떻게 유지할지, 어떻게 기금화할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다.

결국 이러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법이 필요하다.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나서야 할 문제다.

그 문제와 관련해 현재 경기도의 민·관협치 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먹거리 문제를 농업 관점 뿐 아니라 복지·순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경기도청 농정해양국은 여전히 농업 중심 관점에서만 문제를 바라본다. 거버넌스 체계가 확고하지 않다 보니 논의시간도 오래 걸린다. 논의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농민들의 손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정무라인의 최상위에서 거버넌스를 책임져야 관계자들 간 적절한 소통과 진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계약생산 체계의 완성도 거버넌스의 완성을 통해 가능하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농민 수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협치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친환경농산물 품위기준과 관련해 농민들의 피해가 많다.

현재의 품위기준은 기존 시장 물류질서 내의 경매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일반농산물 기준이기 때문에 계약재배 체계 구축 과정에선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새 품위기준을 만들고자 용역을 준비 중인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결국 이 문제도 앞서 언급한 ‘거버넌스 구축’과 연결된다. 품위기준에 대해서도 생산자·소비자 간 합의를 통해 소비자의 이해 범위를 넓혀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서도 행정단위가 일정한 조율 역할을 해야 한다.

품목별 연구회 강화 계획은?

품목별 연구회에서 품위문제 개선 뿐 아니라 생산기술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경기도 학교급식에 100가지 이상의 품목이 들어가는데, 이 중 생산성이 떨어지는 품목도 있기에 생산량이 잘 나오는 일부 작목으로 농가들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품목별 연구회들을 통틀어 지난해 200회 이상의 생산교육을 했다. 경기친농연은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친환경농업연구회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엔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 유기과수위원회 결성을 제안했는데, 장기적으로 각 친환경 품목 재배농가들이 전국 단위 차원에서 뭉치는 것도 중요하다. 감자·마늘·양파·대파·과일 등의 품목조직 확대를 추진해, 각 조직별 생산량 체크와 지역별 생산기술 발전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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