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 지역정치 핵심의제로 떠오르다

  • 입력 2020.04.26 18:00
  • 수정 2020.04.26 18:4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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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민수당 보편화가 멀지 않았다. 이는 조례제정 운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농민수당 공론화를 이끌었던 농민들의 공이다. 비록 일부 지자체에서 지자체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반발 또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시행착오가 없진 않지만, 적어도 지역정치에서 농민수당을 핵심의제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농민운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최근 각 지역의 농민수당 확대 움직임을 소개한다.

충남·전북, 올해 하반기부터 지급 전망

우선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농민수당 지급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의 경우 2018년부터 충남지역 3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주민발의를 통한 충남도 농민수당 조례제정추진 운동본부’가 결성돼 지역사회에서 농민수당 실현에 앞장섰다. 지난해 10월엔 약 3만5,000여명의 충남도민이 서명한 충남 농민수당 주민조례 청구안을 도에 제출했다.

비록 도민들이 제출한 원안에서 수정되긴 했지만, 지난 2월 19일 충남도의회에서 ‘충청남도 농어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충남도 각 지자체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농가당 연간 45만원의 ‘농어민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일단 농어민수당은 농가 단위로 지급되나, 충남도는 추후 농민단체들과의 논의를 거쳐 농민 개별지급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라북도도 오는 9월부터 ‘농민공익수당’ 연 60만원을 도내 14개 기초지자체 전역에서 지급한다. 2018년 전북 시민사회가 모인 ‘전라북도 농민수당 주민청구 조례제정 운동본부’의 주도로 농민수당 운동이 진행된 데 이어, 전북도는 지난해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농민공익수당 지원근거안 조례를 만들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전라남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도내 22개 시‧군에서 순차적으로 농어민 공익수당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죽전마을회관 앞에서 박순단(77) 할머니가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기 전 지급내역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있다.
전라남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도내 22개 시‧군에서 순차적으로 농어민 공익수당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죽전마을회관 앞에서 박순단(77) 할머니가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기 전 지급내역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있다.

시의원들도 “농민기본소득 도입해라”

경기도에서도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지난 2월 24일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경기도는 농업경영체 등록인 29만명을 대상으로 연간 60만원씩 지급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려는 기초지자체에서 관련 예산을 배정하면 경기도가 매칭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주시·파주시·평택시·양평군·연천군 등 5개 지자체에서 올해 하반기에 농민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며, 내년 상반기엔 추가로 7개 지자체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눈여겨볼 점은 일부 기초지자체에선 농민 뿐 아니라 시·군의원들도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독촉한다는 점이다. 고재형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사무처장은 “예컨대 평택시의 경우 평택시장은 농민기본소득 도입과 조례 제정에 미온적이었으나, 평택시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제도 도입을 촉구해 입장이 바뀌었다”며 최근 농민기본소득, 더 나아가 농민수당 관련 논의가 농민 뿐 아니라 지역정치권의 주요 관심사항임을 언급했다.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서명운동 동참

지역 주민들의 주된 농민수당 도입 방법은 ‘조례제정 운동’이다. 주민참여 조례안은 지방자치법 제15조에 근거해 6개월 내에 19세 이상 전체 주민의 1% 이상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도의회 상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공론화 및 이를 위한 서명운동 진행은 농민수당 운동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경상남도 시민사회는 지난해 7월부터 경남 농민수당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경남의 경우 주민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서명자 수는 최소 2만7,788명 이상이다. 지난해 ‘경상남도 농민수당 조례제정 운동본부’는 4만명 이상의 서명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난해 12월까지 진행한 서명운동 결과 총 4만5,083명의 도민이 동참했다. 현재 경남도의회에선 내년 시행을 목표로 농민수당 조례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남 농민수당 조례안은 매달 최대 20만원(연 최대 240만원)의 ‘농민 개인 지급’을 목표로 한다.

제주도에서도 농민단체들의 주도로 지난해 9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최소 충족인원(2,692명)의 두 배인 5,262명의 서명을 받았다. 제주도 안은 전년도 농외소득 3,700만원 미만 농가를 대상으로 월 10만원(연 12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더디 가도 대세는 막을 수 없다

물론 농민수당 운동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예컨대 강원도처럼 기초지자체 5군데가 “강원도가 우리와 제대로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농민수당을 추진한다”며 반발하는 곳도, 제주도(지사 원희룡)나 충청북도(지사 이시종)처럼 도지사부터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농민수당을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곳도 있다.

그럼에도 농민수당 현실화의 대세를 막기는 어렵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충북도의 경우, 이미 충북 농민단체들이 발의한 ‘충북 농민수당 지급에 관한 조례안’이 충북도에서 내밀었던 ‘농가 기본소득제’를 밀어내고 도의회에서 논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김남운 전농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올해 상반기는 조례안을 현실화시키는 게 목표”라며 지속적으로 농민수당 실현을 위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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