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은 ‘희망’이다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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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라남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도내 22개 시·군에서 순차적으로 농어민 공익수당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진도군 고군면 석현리 마을회관 앞에서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은 주민들이 봉투를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라남도가 농어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도내 22개 시·군에서 순차적으로 농어민 공익수당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진도군 고군면 석현리 마을회관 앞에서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은 주민들이 봉투를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 수구정당의 참패로 판정났다. 그러나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줄었다곤 해도 여전히 코로나19가 농민들을 힘겹게 하고, 농민을 대변할 농민 출신 국회의원의 국회 입성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에서 농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는 여전히 좁다.

그러나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농민들은 지역에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 그 희망의 이름은 바로 ‘농민수당’이다. 2016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대 총선에서 농정공약으로서 언급할 당시만 해도, 농민수당의 현실화는 멀어 보였다. 지자체들은 미온적이었고, 일각에선 농민수당 관련 요구를 ‘포퓰리즘’이라 폄하했다. 예산이 충분치 않아 시행이 어렵다는 논리도 강했다.

그로부터 4년 후, 희망사항처럼만 보였던 농민수당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전라남도 곳곳에선 2018년부터 농민수당 지급이 시작됐다. 농민수당을 통해 농가경제 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뒤를 이어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농민수당 실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경기도도 ‘농민기본소득’이라는 다른 이름을 쓰지만, 그 성격을 보면 타 지역에서 지급 중이거나 지급 예정인 농민수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수당 자체의 의의도 크지만, 이에 못지않게 농민수당 실현을 위한 농민들의 자주적 노력 ‘과정’도 우리 농민운동사, 그리고 우리 민주주의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농민들은 지역에서 농민수당 관련 조례를 직접 발의하고, 조례 요건 충족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을 동참시켰다.

엄밀히 말하면, 농민수당 조례제정 운동이 없었다면 주민청구조례제도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뻔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7일 기준 전국에서 진행된 주민참여 조례 11건 중 9건이 농민수당 관련 조례였다. 사실상 반쪽짜리 제도라는 주민청구조례제도지만(본지 871호 <‘민의의 전당’에 가로막힌 농민의 뜻> 참조), 농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한계를 뚫어내며 더디지만 확실하게 농민수당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현재 농민수당 제도화를 위해 노력 중인 빈지태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장은 “농민수당 운동은 농민들의 주도로 조례 제정이 이뤄졌다는 점과, 농민뿐 아니라 도시민들, 예컨대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소비자들까지 합심해 제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지방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향후 농민수당 주민조례 발의의 확산이 농민, 노동자의 직접정치 실현의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농민수당 운동의 의의를 평가했다.

요컨대 농민수당은, 그리고 농민수당 도입운동은 농민들의 ‘희망’이다. 비록 국회에 자신들을 대변할 사람이 없어도, 농민들은 지역사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치력을 입증하고 있다. 농민수당 확대는 우리나라 농업발전의 희망이며, 농민수당 도입운동은 우리나라 직접민주주의의 희망이다.

본지에서 농민수당 관련 커버스토리를 쓴 게 한두 번은 아니나, 이번 농민수당 관련 기사에선 희망을 최대한 강조한다. 코로나19로 시름겨운 요즘이지만, 아무쪼록 농민수당 운동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 중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 희망을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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