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락 답답했는데 큰 도움 될 것”

지역화폐 손에 쥔 진도 농민들, 웃음꽃 피었네
전남도, 전국 최초 농어민 공익수당 지급 개시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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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손 소독 하시고 신분증 보여주세요.”

“서명하시고 받아가시면 됩니다.”

지난 20일 전남 진도군 고군면 석현리 마을회관 앞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첫 농민수당을 직접 받았다. 주민들이 본인확인을 하고 받아든 봉투엔 60만원 상당의 진도아리랑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주민들은 농번기를 앞두고 농민수당이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고 반색하는 모습이다. 고추와 참깨 농사를 짓는 조규근(80)씨는 “마을에 60대 이하인 주민이 없다. 이 농민수당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득록 석현리 이장은 “마을방송으로 오늘 농민수당 지급을 알리고 주민들을 만났는데 다들 좋아했다”라며 “농민들이다보니 비료와 농약을 사는데 쓰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석현마을에 이어 인근 고군면 고성리 오일시회관 앞에서도 농민수당 지급이 진행됐다. 9년 전 귀농한 이준석(39)씨도 이 자리에서 농민수당을 받았다. 이씨는 “농사에 희망을 갖고 귀농했다. 양배추와 배추농사를 짓는데 가격 폭락에 답답할 때가 많았다”면서 “일손들 점심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요긴하게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은 한 진도 농민이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농어민 공익수당을 받은 한 진도 농민이 밝게 웃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수당 지급작업은 이미 명단이 작성된 상태여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신속하게 진행됐다. 진도군은 이날부터 24일까지 마을순회 현장지급을 시행하고 이 기간 수령하지 못한 주민들은 27일부터 지역농협 창구에서 수령하도록 조치했다. 관내 지급대상자는 5,612명으로 이 중 농민은 4,675명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조도면은 섬으로만 이뤄져 있어 행정선이 섬을 돌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라며 “진도지역에선 아리랑 마크가 있는 상점에선 다 사용할 수 있으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기상 진도군 농업지원과장은 “진도군 농어민 공익수당 위원회를 열어 지급대상을 확정했는데 신청자 중 약 400여명이 제외됐다”면서 “도 조례로 부정편법으로 농어민 공익수당을 수취하면 3년간 지급이 중단된다. 공정하게 지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장은 “실제 농사를 짓는데도 주소가 자녀들이 사는 곳으로 기재돼 못 받는 농민도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인근 해남군은 농민수당 지급 2년차에 접어들었다. 해남군은 해남군의회가 2018년 12월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전 농가에 연 60만원의 해남사랑상품권을 지급했다. 이종관 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농민수당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서 농민들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당초 지역내 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였던만큼 앞으로도 잘 추진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광역지자체 차원의 농민수당 지급은 전남이 전국 최초다. 전남지역 일부지자체는 다음달에 지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라남도(지사 김영록)는 당초 농어민 공익수당을 상하반기로 나눠 지급하려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농어민의 어려움을 덜고자 상반기에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농어민은 2018년 12월 31일 이전부터 농어업경영체의 경영주로 전남도에 계속 거주하면서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신청자는 19만5,904명이었으며 농어민 공익수당으로 지급될 지역화폐는 약 1,459억원이다. 김경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조기 집행한 농어민 공익수당이 코로나19로 위축된 농어업과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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