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확 40일 앞둔 벼 ‘생매장’

김규태 김포지역기자

  • 입력 2007.08.14 10:52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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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김포 지역기자
마구잡이 농지매립이 도를 지나쳐 수확을 40여일 앞둔 벼를 생매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일 48국도변 김포시 양촌면 누산리 991번지 일대 절대농지 2천7백여평에 무르익던 벼 위로 토사를 쌓아올리고 있다.

검단 불로동에 거주하는 토지주 유모(53)씨는 “장비들이 비수기라서 지금 흙이 나왔을 때 매립하는 것이 몇배는 싸게 든다”며 성토를 강행하고 있다.

유씨는 “하우스를 지어 채소를 길러 수도권 주변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업의 용이성을 위한 성토라고 하지만 인근 논에서 농사를 짓던 이들에겐 힘빠지는 일이다.

이곳을 지나던 농민 최모씨는 “신도시 개발 등 향후 개발을 염두에 둔 눈가리고 아옹식 농지개량 행위”라며 “우리 농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하며 혀를 찼다.

김포시 곳곳의 우량농지들이 마구잡이 매립으로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지 않아 속수무책이다.

시 관계자는 “무분별한 매립행위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농사를 목적으로 한 농지개량은 별다른 규제 없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관련법규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토법과 농지법은 ‘형질변경’이 금지된 관리지역의 경우 허가나 신고절차 없이 ‘농지개량행위’를 할 수 있다.

농지법에는 그린벨트지역에 한해 ‘농업을 목적으로 한 50cm 이하의 매립행위’를 허용하는 단서조항만 있을 뿐이다.

이렇다보니 몇년전부터는 농지에 재활용토사를 매립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커지고 있지만 농지법이나 환경법 어느 것으로도 우량농지의 잠식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소작농을 하던 이동규(72) 할아버지는 “애써 짓긴 했지만 주인이 하는 일 모라 할 수 있냐”며 “옛날에 할아버지들은 한우물 파라고 했는데 산업화된 시대는 어쩔 수 없이 세개, 네 개 우물을 파야는가 보다”고 애써 태연했다.

농삿일말고 딴 우물을 파기에 너무 늙어버린 이 할아버지는 땅을 엎어 벼를 포기하는 댓가로 5백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땅주인의 행위보다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으로 인해 천대받는 농업이 더 한심하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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