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병원 전 회장 흔적 지우기?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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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 건립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공식까지 열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업이다. 명분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와 이로 인한 범농협 비상경영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건설을 중단할 정도로 사업의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방대한 규모였는지는 되짚어볼 일이다. 청년농부 양성은 농촌 인구가 줄어들며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농협중앙회가 579억4,500만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들여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중점적으로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농협중앙회가 건립 중단에 경제위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라 그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조직의 수장이 바뀌면 기존에 해오던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는 다반사다. 어느 조직이든 수장의 의지가 사업방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도 지난 2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여러 사업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경영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럴 리 없겠지만 일각의 지적처럼 단순히 김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는 차원이어선 곤란하다. 불필요한 사업 변경이 농민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농촌 현장에선 범농협의 긴축경영방침에 지역농협별로 30억~50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며 조합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종합컨설팅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지역농협 경영에 직접적 도움이 된 5,000억원 규모의 농협 상호금융 특별회계 예치금 이자 추가정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경제위기에 따른 비상경영을 명분으로 농협중앙회의 무게 중심이 농업·농촌·농민보다 수익성으로 더 치우치는 건 아닌지 농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상경영도 중요하지만 농협의 정체성이 수익보다 농민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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