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거래로 사생활 캐는 농협 직원들 ‘경악’

직원 상당수, 237회 이상 무단 조회 드러나 … “개인정보 유출 행위에 경종 울려야”

  • 입력 2020.04.26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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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북 경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최근 수년간 여러 직원이 한 여직원과 동료 남직원의 금융거래 내역을 몰래 들여다보며 사생활을 캐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 여직원의 호소에도 해당농협이나 농협중앙회가 차일피일 대응을 미루다 경징계만 내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조에 의하면 경주 E농협에서 5명 이상의 직원이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내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여직원 A씨와 동료 남직원 B씨의 농협 카드 사용내역과 예금계좌 입출금 내역 등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주변 직원들에게 금융거래내역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지난 2018년 3월 E농협에 사실 확인과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E농협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고, 이에 B씨가 지속적으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5명 이상의 직원이 A씨와 B씨의 금융거래내역을 237회 이상 무단 조회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게다가 이 소문은 지역으로까지 퍼져 지역의 다른 농협 직원들까지 이들의 금융거래내역을 무단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E농협은 수수방관했고, 결국 A직원은 모멸감과 수치감 속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직원들과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한 공간에서 근무하다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했지만 2차에 걸친 감사에도 불구 직원 개인의 단순 호기심이라는 사유로 3명의 직원이 견책, 나머지는 주의 촉구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은 올해 3월 이들이 금융거래내역을 들여다봤지만 사적 이익을 취하진 않았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항고에 나섰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이번 사건과 관련 “다수의 불법과 횡포, 괴롭힘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며 외면한 E농협과 농협중앙회도 문제지만, 명백한 불법 금융거래내역 조회 행위가 밝혀졌고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허위 소문 유발 정황이 명확한데도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 결정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누구라도 신용카드 정보, 계좌 거래내역 등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유포되며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로 농민조합원과 고객의 정보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며 “고객의 신용정보가 생명인 농협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못 느끼는 처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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