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뒤엎어진 세계, 농업으로 자립하기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김후주(충남 아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후주(충남 아산)
김후주(충남 아산)

코로나19.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 인류가 공포에 떨고 있다. 상공업 활동이 멈췄다. 한국은 일상의 사회적 활동을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엔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면 외출 자체도 금지시키고 어길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할 정도로 모든 움직임들이 중단됐다.

세 달째가 돼가는데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세계대전, 세계금융위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가 뻔뻔히 남의 물자를 가로채고,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 동안 숨기려 해왔던 인종차별, 빈부격차, 부정부패 등 세계의 악독한 구석들이 끔찍한 맨 얼굴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기후위기를 언급하며 전 세계가 악조건에 놓여있음을 강조했는데 기후위기 걱정은 잠시 미뤄도 좋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추가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완전히 파멸해버리기 전에 곪은 상처를 꺼내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괜찮아 보였던 것들이 더 이상 그렇지 않음을 실감하고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나야만 변화의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계질서가 바뀌고 있다. 한 국가, 한 공동체의 저력이 그 동안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지표들로 재평가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즉 경제나 군사력 등 규모의 덩치싸움, 힘자랑만으로 선진국과 강대국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해졌고 대신 위기에 맞서 유연하고 적절한 대처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거나, 작은 단위의 각 사회가 최대한 오래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면역력과 생존체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본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시민의 생존과 안전. 기본적인 의식주와 의료수요 해결.

한국 정부의 훌륭한 대처와 높은 시민의식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위기에 강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농업위기도 코로나에 대처하는 것처럼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재난상황에 맞춰 급격히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격리돼 있더라도 누군가가 내게 밥을 가져다 준다는 것, 언제나 신선한 식료품을 구해와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산업이 모두 멈추더라도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구촌 시민들은 절감하고 있다.

한국은 마스크가 품귀였지만 해외의 경우 텅 비고 질 낮은 식료품 매대에 분노하는 인터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풍족했던 것이 사라지자 농업과 먹거리산업이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의식주 이외의 활동이 제한된 일상을 최대한 오래 잘 버텨낼 수 있는 역량은 농업의 안정화와 직결돼 있다.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한국도 곧 식량위기에 놓일 것이다. 인력증발과 유통의 급격한 변화 등 코로나로 인한 비상상황들은 바로 생산저하, 공급중단, 농산물 가격 널뛰기를 불러일으킨다.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대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 와중에 격리된 교민들에게 지역농산물을 공급하고, 지자체에서 재고판매를 지원하고,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기획하는 신선한 시도들을 보며 농업계의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농업은 이미 극한의 위기상태였고 그 영향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기에 정부가 대규모 식량위기 순간에 어떻게 대처할지 기대된다.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기반이 탄탄한 농업 자립체계를 만들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