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시장도매인으로 팔아볼까

여주시 친환경농산물 판매에
시장도매인-중소마트 도전장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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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위기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시장도매인으로 풀어보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과부류 시장도매인제를 운영하는 강서시장이 경기도 여주의 친환경농가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여주에 위치한 경기사과사업단은 경기도 전체 친환경급식 사과의 10%를 생산·납품한다. 과거 저농약 인증기준에 준하는 경기도 자체인증 ‘G마크’ 사과를 생산하는데,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막히자 재고증가와 품위하락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배에 공력이 많이 들고 관행대비 외관이 크게 떨어지는 친환경 사과의 특성상 제 값을 받을 판로가 전무한 상황이다. 여주시(시장 이항진)에 따르면 사과 외에도 관내에 친환경 고구마·단호박과 각종 채소류가 각기 수십톤씩의 재고에 허덕이고 있다.

여주시가 강서시장을 만나게 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농장코디네이터 및 농촌일자리 중개업체 ㈜푸마시의 김용현 대표가 여주 친환경농산물의 다급한 실태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강서지사)의 노계호 지사장에게 전달했고, 노 지사장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을 통한 지원방안을 구상했다.

통상 친환경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경매를 통해 관행농산물보다 못한 가격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은 거래형태가 직거래에 가까운데다, 특히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경우 중소형 마트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특성이나 장점, 스토리텔링을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기가 용이해 적절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

지난 1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에서 강서시장 관계자들과 여주시청 관계자들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위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여주시는 신속히 물류·포장비 지원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후 바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다.
지난 1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에서 강서시장 관계자들과 여주시청 관계자들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위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여주시는 신속히 물류·포장비 지원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후 바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된다.

관련단체들도 친환경농가 돕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엔 강서지사·푸마시와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성찬), 한국마트협회(회장 김성민)가 여주시장 및 시청 담당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푸마시가 출하물량을 파악해 보여주면 시장도매인이 품위를 평가하고 마트가 이를 구입·판촉하며, 여주시가 물류·포장비를 지원하는 모델이 이날 사실상 확정됐다.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장은 “농업은 1차산업으로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다. 생산자가 적정한 가격을 받고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 시장도매인이 수수료도 안 남기고 원가로 판매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차길동 마트협회 총괄이사도 “마트협회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서 보여드렸듯 매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다. 상품의 강점을 알려주면 회원사에 공지하고 독려하겠다. 사과 외 다른 품목들도 적극 판매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개학이 연기돼 친환경농가들의 어려움이 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줘서 감사하다. 농민들에게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도매인제는 공영도매시장 내에서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실현할 잠재력을 갖는 제도다. 강서시장도 최근 친환경농산물 전문 시장도매인 모집에 나섰지만 역량있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여주 친환경농산물 판매는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엿볼 작은 시험대이기도 하다.

노계호 강서지사장은 “어떤 분들이 어떻게 농사지은 거다, 보기엔 나빠도 맛이 있다, 이런 식으로 소개가 전해지면 먹어본 소비자들은 다시 찾게 된다. 시장도매인의 친환경 판매가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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