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96] 코로나19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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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농촌생활은 아무래도 도시생활보다 사람과의 접촉이 적은 편이다. 은퇴한 이후의 농촌생활은 더욱 그렇다. 사람보다는 땅과 풀과 나무와 벌레와 산과 바다와 바람과 햇살과 별과 달을 더 많이 보고 느끼며 산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다. 가능하면 나가지 말라, 거리를 둬라, 손을 잘 씻어라, 마스크를 써라 등의 행동지침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을 멀리하고 조심하라는 의미인가 보다. 그러다 보니 농촌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더더욱 사람을 안 만나게 되고 사람 많은 곳에 안 가게 된다. 식당이나 카페도 거의 안 가게 되고,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바닷가나 설악산에도 잘 가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아내와 주먹밥을 싸가지고 설악산 사색의 숲에 다녀왔다.

도시생활이 썩 내키지 않아 농촌에 살고 있지만 요즈음은 정말 답답할 때가 많다. 자주 가던 읍내 작은 영화관에도 못가고 눈요기하던 옆 도시의 대형 마트에도 그나마 가지 않는다. 나같이 농촌생활이 더 좋은 사람도 그럴 진데 도시에 사는 분들,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 모두 답답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중소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학습지교사, 방과 후 수업 강사, 보험설계사 등), 일용직 노동자, 농민 등이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 안타깝다. 양양 오일장도 열리지 않고 있고, 후진해변에서 격주마다 열리는 비치마켓도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과 투병 중인 분들의 슬픔과 아픔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적인 정치·경제학자들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저런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해석이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할 것이라는 점과 세계정치 헤게모니의 탈서구화 등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물론 중요한 식견이지만 개인적으로 더 듣고 싶은 분석은 고매한 인문학계의 학자와 문학인의 탁견이다. 정치·경제라는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관한 해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의 냉철한 혜안과 분석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우매한 나의 직관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본질은 인류가 그동안 쌓아 온 세계관의 혼돈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바로 가치관의 전도다. 우리가 잘 아는 물질만능주의 즉, 물신주의와 경쟁력 지상주의라는 것이 우리시대 전도된 가치관의 정점이라고 본다. 경쟁을 통해 돈과 부를 창출하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다. 이 때 자연이나 환경의 훼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나 더 보탠다면 인간소외의 문제다. 인간이 최소한 누려야 할 인권과, 공동체를 함께 구성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공공선의 가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코로나19 사태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우리들의 삶의 자세와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행동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돈과 부, 경쟁,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관점을 통째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 실천은 매우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삶의 수단인 돈이 삶의 목표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자연과 환경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나보다 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이웃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의식이 필요할 것 같다. 이 간단한 생각과 가치를 인류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이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는 반복될 것이고 결국 인간과 지구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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