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곡물자급률?

자급률의 이해와 오늘날 우리 자급률

  • 입력 2020.04.19 18:00
  • 수정 2020.04.22 09:2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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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우리가 먹는 농산물 중 대한민국 영토에서 생산된 우리 먹거리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번 감염병 사태로 국내외적으로 안정적인 식량 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오늘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선 ‘자급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 위기설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식량자급률’은 곡물, 이 가운데서도 가축을 먹이는데 필요한 사료용 원재료 곡물을 제외한 주식용 곡물만을 대상으로 산정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은 지난 2월 공개한 ‘2020 농업전망’에서 올해 식량자급률을 45.4%로 전망했다. 20년 전인 1999년 54.2%였던 식량자급률은 연평균 -0.4%의 낙폭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2019년엔 45.2%를 기록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극심한 불균형이 눈에 띈다. 그동안 목표가격을 설정해 폭락 시에도 이에 준하는 소득을 보전했던 쌀의 경우 지난 2018년 자급률은 97.3%로 완전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밀의 경우 같은 해 자급률은 1.2%로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습관의 급격한 변화로 현재 1인당 연간 밀소비량(32.2kg)이 쌀(61kg)의 절반 수준을 넘어선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위험 요소다.

이외 옥수수는 3.3%, 콩은 25.4%, 보리쌀은 32.6%의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요를 가축사료로까지 확대한 경우를 일컫는 ‘곡물자급률’은 21.7%로 내려앉는데, 이는 쌀 이외의 곡물은 사료용으로 쓰이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옥수수와 콩의 경우 전체 공급량의 77%와 69%가 가축을 먹이는데 쓰인다.

1인당 소비량이 20년 동안 평균 60%(소, 돼지, 닭 합산)가 늘어난 육류의 경우 역시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 1999년 76.7%를 기록했던 육류 자급률은 2018년 63.0%, 2019년 62.8%까지 하락했다. 미국 등 농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가들과의 FTA 체결로 인한 관세 철폐 영향이 컸다. 특히 아직까지 7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돼지나 육계와 달리 미국·호주산 수입의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소의 경우 올해 자급률은 38.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다만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국제 육류가격이 축종을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상승해, 올해는 일시적으로 육류 자급률이 2% 가량 다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곡물과 채소, 과수 및 축산물 등 농업 생산 분야 전체를 아우른 자급률은 ‘농산물 자급률’이 된다. 사료용 곡물을 제외하더라도 식용 농산물 자급률은 지난 1999년 84.9%에서 20년 새 71%로 하락했다. 농경연은 지속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지면적 감소의 영향으로 연평균 0.2%p가 하락해 오는 2029년에는 69.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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