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민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예전에는 소위 말썽꾸러기였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민정당 선거운동까지 했었다. 일본으로 건너가 5년을 살다 1994년 초 돌아온 이후 연로한 어머니를 대신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당시 성산읍에 농협 청년부가 있어 가입했는데, 기준미달이라는 이유로 영농자금 대출을 내 주지 않아 농협과 싸우며 결국 지점의 책상을 전부 엎었던 기억이 있다. 끝내는 빌려줬는데, 이 일을 겪고 농민도 힘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6촌 친척의 농민회 활동이 인연이 돼 농민회 활동을 시작했고, 주변에서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들 말한다. 약자들을 생각하게 됐고, 뭐 하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젊은 시절의 과오를 갚아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주 농업은 지금 가격 문제에 물류비, 직불제 소외까지 겹치게 됐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해상물류비다. 제주도는 상당히 특수한 지역이다. 제주 월동무 같은 경우 전 국민의 약 6개월 소비량을 책임질 수 있다는데, 당연히 제주 인구 67만이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배나 비행기에 태우지 않으면 팔아낼 수가 없는데,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물류비 부담은 오로지 농민의 몫이다. 물류비 문제를 외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정부나 도 당국은 그저 장난만 치고 있다.
문제는 과잉, 과잉이라고만 하는데 최고의 문제는 수입이다. 김치 수입이 나날이 늘어가는데 (품목별로) 들어간 양이 얼마나 될지 추정조차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마늘도 상당히 어렵다. 농협 수매량 60% 정도가 창고에 있다. 마늘농민들은 지을 농사가 없으니 월동채소로 갈 것이고, 그러면 줄도산은 뻔하다.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다.
제주도 역시 농민지역조직이 약화돼왔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선배 의장님들도 쭉 노력해왔던 문제인데,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면 그동안 어느 정도 될 듯 말 듯 한 모습은 있었다. 조직은 무조건 재정이 뒷받침돼야 몸집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광역조직들) 어디나 그렇듯 떠맡다시피 한 의장직이지만 길게 가려고 마음먹고 있고, 동시에 긴 시간 재정사업에 꾸준히 힘을 쓰려고 한다. 일단은 서너 가지 정도의 수익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현재 읍·면 조직이 없는 곳 중, 예전에 존재했다 사라진 곳의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