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촉발시킨 세계식량전쟁 전초전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에 우리도 식량생산기반 및 자급률 제고 등 식량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충남 예산지역 오일장 중 한 곳인 덕산장(4, 9일)에서 한 상인이 다양한 잡곡 및 농산물을 바구니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에 우리도 식량생산기반 및 자급률 제고 등 식량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충남 예산지역 오일장 중 한 곳인 덕산장(4, 9일)에서 한 상인이 다양한 잡곡 및 농산물을 바구니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코로나19로 벌어진 마스크 대란을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평소라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게 마스크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에 너도나도 마스크를 찾자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판매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이에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지정하자 인파로 인한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고, 마스크 5부제까지 등장했다.

마스크 대란은 코로나19로 인한 식량대란 발생 시 어떤 장면이 연출되는지 예견케 한다. 실제로 식량대란의 공포감은 해외에선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자 사재기가 속출했다. 외신을 통해 비상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식자재와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해외 시민과 텅 빈 마트 진열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 각국은 식량 안보를 내세워 주요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며 국경을 잠갔다. 외신에 의하면 베트남은 지난달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이달 들어 재개했지만 4~5월 수출량을 80만톤으로 제한했고,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가량 감소한 물량이다. 러시아도 지난달 모든 곡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캄보디아도 지난 5일부터 쌀과 생선의 수출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말 “현재까진 식량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4~5월엔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유엔 식량안보위원회(CFS)는 물류 중단 현실화를 경고했다. 특히 FAO는 “식량을 옮길 수 없는 물류 중단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감염으로 인한 노동력 제한이나 비료·사료 등 농자재 무역이 중단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나 가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식량대란 우려에 식량생산기반 강화와 식량자급률 제고 등 식량주권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50%에 머물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은데다 수입농산물에 의존해 온 터라 식량대란 발생 시 그 충격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예상은 그저 기우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면서도 “마스크 대란 사태를 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공급받지 못했을 때 얼마나 큰 불안감을 느끼는지를 경험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보호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식량주권을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식량생산기반 보존으로 농민의 삶이 지속가능해야 식량주권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