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급, 전국에 허하라

  • 입력 2020.04.17 11:0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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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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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만큼은 안전할 줄 알았는데….” 이달 초 만난 한 친환경농가는 수확할 때를 놓쳐 갈아엎은 밭을 보며 뒷말을 흐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전 국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에 따른 여파에서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친환경농가도 예외일 순 없었다. 정부는 개교를 거듭 연기하더니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온라인’이라는 말은 학교급식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에게 학교급식은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다. 안전하고 건강한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고 이를 취급하는 매장도 늘었지만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로서 학교급식은 절대적이었다.

기름진 토양을 만들고 친환경약제를 만들어 방제하는 등, 관행농업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했던 친환경농산물이 도매시장에선 일반농산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아온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에 학교급식 때문에 친환경농사를 시작했다는 농민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했던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됐다. 3월 한 달에만 2,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농가도 있었다. 이미 파종이 끝나 4월과 5월은 피해액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들렸다.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 납품 농가를 돕기 위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택배 판매, 드라이브 스루(승차 구매)를 시도했지만 판매량은 학교급식에 출하되는 양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친환경농가로선 출구가 없는 벽과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도가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공급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학교급식 중단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농가와 학생을 돕기 위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학생 가정에 배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4만원 상당의 꾸러미가 공급되고 있다.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식자재 지원 예산 중 일부가 이 사업에 사용돼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농가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친 전남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반면 전남도 모델을 더 일찍 고려하고 시행하지 못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늦었지만 전남도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돼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농가들에게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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