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목소리, 다양한 정책은요?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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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안타깝고도 다행인 선거가 끝났습니다. 코로나19의 혼란스런 정국에서 차분하게 선거를 치러내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가 놀라는데, 선거결과를 보더라도 큰 틀에서는 참 다행인 셈이지요. 툭하면 정권 발목잡기를 일삼는 보수야당을 야무지게 심판했으니 진정 국민들이 선거의 주인입니다.

그렇더라도 그 면면을 살펴보면 또 할 말이 참 많습니다. 난데없는 위성정당 출현으로 거대 양당체제가 확장됐으니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졌고, 예측대로 소수정당,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권에 발붙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정치가 더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나의 관심을 정치권으로 끌어올릴 구조가 애초에 사라져 버린 셈이니까요.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도 또 새로운 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관위가 선거 코앞에 위성정당 설립을 허용하는 바람에 애당초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취지를 깡그리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까닭에, 국회 내 다양한 목소리가 생겨나기 어려운 구도가 확립돼버렸기 때문입니다.

거대 양당구도가 잠식한 소수의 목소리, 다양한 정책을 어떤 식으로 포괄할 것인지 사회제도적인 노력이 절실한데,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타까운 선거라는 말을 해봅니다.

여성농민 정책 요구를 현수막으로 게시하는 일 외에는 아무런 대외적인 활동 없이 선거기간 내내 농사일만 죽어라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한다니 후보를 불러 정책을 들을 수도 없었거니와 수확이 빠른 올마늘을 심었더니 마늘종이 줄줄이 오르는 통에 눈코를 뜰 새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곳은 마늘 대에 오른 주아, 즉 종을 일일이 빼고 다듬어서 이쁘게 상품으로 만드는 유일한 마늘 생산지입니다. 손이 참 많이 가는 농사일이지요. 더군다나 일철에 어깨 수술을 한 남편의 몫까지 하느라 꽤 바쁜 날들을 보냈으니 정치네 선거네 하는 일들에 곁눈을 줄 여가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 바쁜 와중에 틈을 내서 오일장에 찬거리를 사러 갔다가 선거 유세차에 오른 지역 의원들의 후보 지지 발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김정은한테 받치고자 하는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코로나 정국이 끝나면 경제가 폭 망할 것이니 정권에 힘을 보태주면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마이크를 확 뺏어서 장난치냐고, 무슨 이따위 선동질을 하는 것이냐고, 이러니 당신들만의 정치놀음이 아니냐고 욕지거리를 퍼붓고 싶었습니다. 지역정치, 생활정치, 민생정치의 내용을 꼼꼼히 짚어서 정치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차분차분 말해주면 시장바구니를 들고 종종걸음을 걷다가도 내 삶과 연결된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일 것을, 정치란 참 먼 얘기구나 하며 발길들을 돌리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북한 퍼주기라고 우격다짐해대던 정당의 힘이 작아졌으니 이제 상식적인 정치로 돌아와야 합니다. 70년 세월을 분단국가로 사는 나라의 정치가 안정적일 수 없었던 역사를 국민이 반쯤 되돌려 놓았으니 이제 예산부족 운운하며 몸 낮추기를 꺼려하면 4년 후, 아니 2년 후의 대선도 아웃되는 것이지요.

특히 농업과 농촌, 농민 관련 정책을 확 바꿔야 합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는 것 자체를 바꿔 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정치란 무엇인가? 특히 진보정치는 어떻게 가야 하나? 이 근본적인 질문은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선거를 또 한 번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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