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거래교섭력 강화하는 온라인경매 돼야

  • 입력 2020.04.1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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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농산물 유통모델이 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올해부터 확대한다고 밝힌 온라인경매제이다. aT는 지난해 5월 온라인경매를 시범운영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양파, 깐마늘, 무, 배추, 감귤, 수박 등 6개 품목을 선정해 상시 온라인경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농산물 경매를 실시한다니 여전히 생소하다. 농민들이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매에 참여하려면 경매 하루 전 농산물을 보내 신선도, 크기, 모양 등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온라인 경매는 산지와 도매시장 간의 원격경매로 이뤄진다. 상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품질을 확인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제대로 정착되기만 한다면 복잡한 유통단계를 축소해 유통비용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사회에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비대면 서비스 증가 추세다. 가게에서 음식을 살 때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받는 ‘드라이브 스루’ 이용이 늘고 증권가 계좌 개설도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몇 번이나 개학이 미뤄졌던 초·중·고등학교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온라인경매도 이러한 흐름에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가 맞아떨어지기는 했지만 온라인경매는 이와는 결이 다르다. 오랜 세월 고착된 복잡한 유통구조, 그로인한 높은 비용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유통이다. 1985년 최초의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개장하고 난 이후 공영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이 이뤄졌다. 농안법이 제정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유통개혁 정책들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유통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높은 유통비용, 높은 가격변동성,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비연동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주요 채소류 가격은 여전히 불안정하게 형성되고 내년 농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문제에서 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유통문제이다. 생산자인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시장지배력의 격차에서부터 농산물 가격문제가 발생한다. 중간수요자인 대형유통업체 등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서 생산자는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교섭력이 더욱 취약해졌다.

이제 도입되기 시작한 온라인경매를 지금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아직까지 생소한 온라인경매가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성공여부는 여전히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산지 생산자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온라인경매의 중심이 산지가 되고 품목별 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생산자조직이 거래교섭력,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공급자 농민은 제 값을 받고, 최종소비자는 안정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돼야 한다. 농민이 거래교섭력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유통구조로 만들어진다면 온라인경매는 새로운 농산물 유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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