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꽃 피는 봄, 생활 속 꽃

  • 입력 2020.04.13 09:21
  • 수정 2020.04.13 09:24
  • 기자명 오정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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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규 aT 유통이사
오정규 aT 유통이사

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이 말이 올해처럼 피부에 와닿는 때가 없었던 듯하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국민들이 봄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연기, 행사취소 등 소비 전반이 위축되면서 전국의 농가를 비롯해 외식업계, 유통업계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중 가장 큰 꽃 소비시기 중 하나인 졸업·입학식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화훼농가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단체 등이 화훼농가 위기극복을 위한 꽃나눔 행사 등을 펼치고 있으나 화훼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화훼 주요 소비처는 난, 화환 등 관혼상제용이다. 경조사용 소비가 전체 화훼소비의 80%를 차지한다.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 가격을 따진다. 우리나라에서 꽃은 감상의 대상이 아닌 ‘감정(鑑定) 의 대상’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처럼 꽃이 특별한 날에만 쓰이다 보니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소비가 급감하고 화훼산업 전반이 휘청거릴 정도로 큰 위기를 겪게 된다.

공사는 꽃 소비촉진을 위한 온라인 홍보 확대, 화훼사업센터 입주사 대상 임대료 인하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러한 단기적인 방안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소비구조를 ‘생활 속 꽃 소비’로 전환함으로써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올해 8월에는 지난해 의결된 ‘화훼산업발전 및 화훼문화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경조사 중심의 소비구조에서 생활 속 꽃 소비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생활 속 꽃 소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꽃을 즐기고 나누는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꽃에 대한 친밀함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온라인에 친숙한 20~30대 젊은 층들은 최근 SNS 등을 통해 샘플을 확인하여 모바일로 원하는 꽃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이 꽃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나아가 정기적으로 꽃을 구독하여 배달받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면 지속적인 꽃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꽃 체험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통해 일년 내내 일상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는 방법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어린이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원예교육이나 원예심리치료를 비롯해 가족들이 함께 꽃꽂이, 꽃리스나 액자 만들기 등 꽃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체험활동에 참여해 꽃을 자주 접하고 구매하는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춘래불사춘이 인용된 시 구절 전체를 보면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즉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했다. 봄을 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문만 열고 나가면 봄꽃이 한창인데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국민들도 늘어난다. 마음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꽃만큼 위로가 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봄이 왔다고, 그리고 지친 마음에도 머지않아 진짜 봄이 올 거라고, 오늘은 가까운 사람들의 집으로 봄꽃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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