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후장기 문제, 다시 격랑 속으로

양계협, 1일부터 수도권도 농가 실거래가 발표해
경기지역 반대 거세지만 “공신력 회복” 의지 뚜렷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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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계란업계가 유통방식의 오랜 관행인 후장기 정산과 가격할인(DC)을 두고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는 후장기와 할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나 내부갈등까지 불거지며 난감한 모습이다.

양계협회는 지난 1일부터 수도권 산지 계란 가격을 농가 실제 수취금액으로 발표하고 있다. 앞서 양계협회 채란위원회(위원장 남기훈)는 2월에 전국의 계란 가격을 농가 실거래가로 발표하겠다고 확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후장기 정산을 직장기 정산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양계협회는 후장기 정산의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실거래가 발표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1월엔 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농가 실거래가가 특란 개당 100원대로 회복되는 시점까지 산지 가격 발표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란계농가들 사이에선 양계협회의 후장기 개선 시도를 비현실적이며 농가 이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계협회 경기도지회(회장 이덕선)는 지난달 23일 채란분과위원회를 갖고 농가 실거래가 발표 반대 의견을 모아 중앙회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급기야 3일과 8일엔 경기지역 산란계농가들이 양계협회를 연이어 항의방문해 실거래가 발표 철회를 요구했다. 이홍재 양계협회장과 남기훈 양계협 채란위원장와의 간담회가 8일 열렸지만 고성이 오가면서 분열된 모습만 보인 채 끝났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경기지역 농가들은 “이미 4번이나 실거래가 발표가 실패했고 그때마다 농가들이 이득을 본 적이 없다”라며 “수도권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도권지역은 실거래가 발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농가들은 “유통상인들 사이에선 이미 10원 할인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양계협회가 난가에 관여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남기훈 채란위원장은 “협회 발표가 공신력을 회복하려면 실거래가 발표가 필요하다”면서 “상인도 인정하지 않고 우리도 실거래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허수를 발표하는 건 협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미 채란위원회에서 추인한 사안으로 난가에 개입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을 실거래가로 발표하는 것이며 양계협회는 평균가격을 기준가격으로 발표하는 것이다”라며 “직장기 정산을 하려면 가격 발표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미 농림축산식품부와는 유통상인과 거래시 활용할 표준계약서 시행을 약속받았다. 농가가 손해를 보려 실거래가 발표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양계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이후 다시 채란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무기한 연기된 22대 양계협회장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협회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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