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세계 식량위기

각국 농산물 수출 중단 잇따라 … 북미·유럽, 농업 인력난 직면
사회적 합의로 바이러스·기후변화 대응 먹거리 체계 구축해야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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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유례없는 식량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물류 및 생산 피해가 누적됨에 따라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발빠른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을 중단했으며 러시아도 곡물 수출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이외에 알제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등도 일부 먹거리 및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불거진 식량위기엔 총 105개국이 농산물 수출 제한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들이 1일 공동성명을 내고 세계적 식량위기 가능성에 맞선 국제적인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수출제한 조치 확산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FAO에 따르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4.3% 하락한 172.2포인트를 기록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가격은 2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작황 양호로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각국이 앞다퉈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고 식량 확보에 나서며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생산도 문제다. 중남미 농업노동자에 의존하는 미국·캐나다 농가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2018년 기준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농업노동자가 24만3,000여명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유럽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며 인력난에 빠졌다. 대체로 서유럽국가들은 동유럽 농업노동자에 의존해 왔으며 이들은 여권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크게 제한된 것이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업부 장관은 “프랑스 농가는 20만명의 일손을 잃었다”면서 “현재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농가로 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도 약 30만명의 농업인력이 사라진 걸로 추산된다.

잇따르는 식량 수출 중단과 농업노동자 부족 사태에 대응하려면 정책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후이 중국 후난성 로우디직업기술학원 교수는 온라인 논문에서 “중국의 식량안보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며 “중국은 농촌 주민들이 농촌에 거주하며 계속 농사를 짓도록 고무하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쌀 이외엔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빚은 세계적 위기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현재로선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측할 수가 없다. 쌀은 물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사료에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얼마나 길어지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송 부소장은 “앞으로도 바이러스나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적인 식량난은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건 분명하니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때의 전망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식량위기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범부처 차원의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농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농업과 먹거리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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