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헌의 통일농업] 세계적 위기 조짐, 남북관계 후퇴 우려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정말 매섭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쟁점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에 가깝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조짐마저 덧씌워졌다. 이번 21대 총선이 눈앞에 닥쳤으나 정작 정당별 공약은 코로나19에 묻힌 꼴이다. 남북협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무뎌질까 걱정이다.

현재 선관위에 게재된 정당별 총선공약에 따르면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책은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정당별로 가장 대비되는 영역이지만 주요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위성정당 논쟁이나 빅매치를 빗댄 가십성 기사만 눈길을 끌 뿐이다. 여야 모두 대북정책을 쟁점으로 만들지 않는 형국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현재까지 미미하다. 다행스런 점은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WHO에 보고했다는 점이다. 북은 그간 국경 폐쇄에 이어 2만5,000명 이상을 사전 격리 조치하고, 각종 집체활동을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로 인한 의료장비의 부족 하에서 자구책을 강구한 듯하다.

그렇지만 북의 소식통에 따르면 강력한 방역조치로 인해 북에서는 일부 생활물자와 영농물자의 수급에 차질을 빚는 듯하다. 국경 무역도시에서는 시장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중국으로부터 물자반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방역 역량과 공중보건 조치에 대해 WHO는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관련업계의 기술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WHO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대한 지원을 요청해 왔다. 국내 수급상황과 우리와의 관계를 감안해 우선순위를 정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다. 이제 우리가 북으로도 눈길을 돌려야 할 시점이 아닐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대북지원에 나선다면 그것은 일회성 지원방식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남북 간의 공동방역을 위해서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방역을 위한 협력은 산림방제와 가축질병 관리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시도할 필요가 있겠다. 나아가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국면을 감안한다면 식량과 영농물자 수급실태를 모니터링하는 병행조치도 필요하다.

총선을 앞둔 여야가 어쩔 수 없이 선거호재만 몰두했다면 이후에는 남북관계 전반을 재조망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인해 각국은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세계의 석학들은 이제 이전의 보통 상황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당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꽉 막힌 경제에도 숨통을 틔우려 할 것이다. 모든 나라의 재정수요는 급증할 것이며, 기존 정책의 우선순위도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어쩌면 세계는 분열되고, 자국 우선이라는 국제질서가 자리잡을 공산도 높다. 지금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를 통한 수요 진작과 성장동력의 유지라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강행되는 처방이다. 한편으로는 안정적 질병관리와 경제회복이라는 과제를 한꺼번에 떠안은 격이라 하겠다.

세계는 자칫 주변을 돌보는 여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남북협력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방향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남북이 발 빠르고 폭넓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경제공동체를 앞당겨 실현할 수는 없을까?

신한반도체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국정기조가 이번 총선과 세계적 위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다.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남북 간의 뉴딜이 필요한 시국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