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농촌 인력 ‘비상’

업체에 웃돈 얹어주기 만연, 생산비 급증 불가피할 전망
상시고용 외국인력 떠나 파종·수확 등 농사 포기한 경우도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일 전남 영암군 시종면 일원에서 외국인 인력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다.
지난 7일 전남 영암군 시종면 일원에서 외국인 인력들이 고구마를 심고 있다.

 

농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농촌 인력 수급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농가 입장에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를 피하지 못할 처지인데 그마저도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때 수급 받기 위해 업체에 웃돈을 얹어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농민 A씨에 따르면 그간 농촌의 인력 대다수는 사실상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으로,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다수가 자국으로 돌아갔거나 입국 자체가 불가해 가용인원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인건비도 많이 올라 농민 대다수가 인력 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작기를 놓칠 경우 1년 농사를 담보할 수 없기에 농민들은 인건비를 선납하거나 인력을 중개해주는 사무소 등에 500만~1,000만원 가량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일 고구마 파종이 한창이던 전남 영암에서 만난 농민 B씨는 “정부가 계절근로자 제도 등을 운영 중이나 기간이 너무 한정적이고, 일이 항상 있지 않은 농촌 특성상 상시고용하기에도 여건이 썩 좋지 않다. 불법 체류 인력의 경우 중개사무소에 돈만 건네면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인력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그간 많이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사실상 인력을 구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졌다. 영암 등은 대규모로 농사짓는 농가가 많은데 그런 곳에서 파종 시작부터 수확까지 100명에서 150명씩을 운용하기 때문에 소농들의 경우 인력을 구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농촌 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영암에서 40만평 규모로 고구마를 재배 중인 농민 C씨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인력 150명을 고용하는데, 인건비가 하루 기준 만원 이상 올랐다. 매일 생산비가 150만원씩 증가하는 꼴이다”라며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고 일단 인력을 구하긴 했는데 인건비 규모가 상당해 농가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농촌 여건상 불법 체류가 아닌 인력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고, 금액이 오르더라도 인력을 수급 받아야 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인력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상시고용 인력 떠나 사실상 농사 ‘포기’

지난 6일 전남 영암군에서 만난 농민 D씨는 상시고용하던 인력이 코로나19로 한국을 떠나 농작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고수·팍실라우 등 동남아 채소와 식용허브 등을 5,000평 가량 재배 중인 D씨는 “그간 4명의 외국인을 상시고용했는데, 코로나19가 퍼지자 한국을 떠났다. 이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방치 상태나 다를 바 없다”며 “수확도 못했고 기존에 재배하던 작물은 꽃대가 올라와 다 버려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D씨의 하우스에는 수확 못한 팍실라우의 꽃대가 올라와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은 모습이었다. D씨는 “며칠 전 가족들과 팍실라우 맞은편에 식용 허브를 파종하긴 했는데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여전히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인건비가 많이 오른 데다 최근 외식 등 소비가 줄어 동남아 채소 등 특용작물의 경우 시장 형성 자체가 안 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 지원 방안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농번기 인력 수급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나 현장 농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C-4 비자) 도입이 지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원봉사 감소 등으로 농번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방문동거(F-1 비자) 외국인 5만7,688명의 한시적 계절근로 허용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고용허가제(E-9 비자) 근로자 3,925명에 대한 적극 고용 알선 △인력중개센터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9세 이상에서 59세 미만의 방문동거 외국인 5만7,688명 중 계절근로를 희망·신청한 인원은 7일 기준 12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신청 인원은 적지만 인력을 필요로 하는 가까운 지자체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이번 대책과 관련해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농번기라도 일을 할 수 없다. 농촌의 생활여건은 도시와 비교해 좋지 않은 편에 속하고, 허리 한 번 필 여유 없이 업무 강도도 센 편이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더라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계절근로 기간과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력 대책 마련 시 농업·농촌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