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과수 냉해 심각

지역 등 편차 있지만 꽃눈·암술 대다수 얼어 죽어
피해 규모 상당 … 농가 대부분 종합보험 가입 못해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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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일과 6일 연이은 이상저온으로 배꽃의 중심부 암술이 까맣게 냉해를 입었다. 농민 이재홍씨 제공
지난 5일과 6일 연이은 이상저온으로 배꽃의 중심부 암술이 까맣게 냉해를 입었다. 농민 이재홍씨 제공

 

지난 5일과 6일 갑작스러운 이상저온으로 경기 안성·이천, 전남 나주 등의 배 주산지역에서 과수 냉해가 발생했다. 평년대비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며 개화가 빨랐고, 영하 5~7℃ 정도의 낮은 기온이 이틀 가까이 지속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안성시 대덕면과 미양면 일원에서 25년 동안 배를 재배한 농민 정공명(47)씨는 이번 냉해를 ‘역대급’이라고 표현했다. 정씨는 “안성 내에서도 지역 편차가 심하지만 대부분 과원에서 꽃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덕면과 양성면 등에서는 90% 가까이 꽃눈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2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 예년과 같이 왕겨와 톱밥 등을 태워 냉해 예방에 나섰지만 올해 개화가 워낙 빨랐던 데다 온도도 한계 이상으로 낮게 떨어져 피해를 미처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씨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과원의 온도계는 영하 7.7℃도까지 떨어졌다.

또 경기 안성시 중리동에서 2만평 규모로 배를 재배하는 농민 이재홍(58)씨는 이번 냉해 규모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개화한 꽃의 암술 90% 정도가 냉해를 입어 새까맣게 타죽었다. 평년 같으면 52만장 정도 봉지를 씌우고 배를 수확해 출하하는데 올해는 10%도 채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배꽃의 암술이 냉해를 입을 경우 씨방까지 까맣게 고사해 사실상 제대로 된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아직 개화하지 않은 꽃이나 암술 5개 중 일부의 피해 정도가 약해 수분·수정 후 착상하더라도 씨방의 모양이 온전치 않거나 발육이 부진해 기형과가 발생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이씨는 “이대로라면 수확을 거의 기대할 수 없지만, 나무가 결실하지 못할 경우 내년 생장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에 평년보다 더 많이 수분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방제작업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농가의 경우 자연재해와 조수·화재 등을 모두 보장받는 과수 4종 종합보험에 가입해 이번 냉해를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대규모 농가의 경우 종합보험 가입 시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대다수가 5개 한정 재해만 보장받는 특약에 가입한 상황이다. 이전에 보험금을 수령한 이력이 있다면 자부담 등을 제하고 실제 보험금의 50% 정도밖에 받지 못해 농민들 입장에선 보험이 제구실을 못한지 오래다”라며 “운영 중인 2만평 과원을 기준으로 태풍·우박·화재·지진·집중호우를 보장받는 한정 특약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325만원에 불과하지만 자연재해·조수·화재 피해 등을 보장하는 종합보험은 1,95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해서 대규모 농가 대부분 부담감에 보험 가입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전부 날리는 돈이기 때문에 도박과 같지만 나 역시 가입하지 않았고 이번 피해 규모가 집계되는 대로 다른 농민들과 함께 보험제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오전 기준 전남 나주, 경기 안성·이천, 충남 천안 등의 배 주산지의 저온피해 면적을 4,000ha정도로 파악했다. 추가 신고·집계가 진행될 경우 피해 면적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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