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협·전농, ‘수입양파 유치’ 가락시장 도매법인 규탄

2월 말 높은 가격에 “수입 가져오라” 주문 정황 포착
도매법인 “그런 사실 없다 … 농민 없인 우리도 없어”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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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7일 가락시장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앞에 양파를 쏟아붓고 기자회견을 개최, 동화청과와 한국청과의 수입양파 유치를 규탄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7일 가락시장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앞에 양파를 쏟아붓고 기자회견을 개최, 동화청과와 한국청과의 수입양파 유치를 규탄하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이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동화청과(대표이사 홍성호)와 한국청과(대표이사 박상헌)를 규탄했다. 두 도매법인이 수입업자들을 회유해 경매에 수입양파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이홍주 양파협회 부회장은 수입업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지난 2월 말경 동화·한국청과가 수입업자들에게 “수입양파를 가져오라”고 독려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파는 가락시장에서 법인별 취급비중이 비교적 고른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 법인을 특정했을 만큼 제보 내용의 구체성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2월 말은 국내 출하물량 감소로 양파 도매가격이 kg당 2,000원까지 반짝 상승했던 시기다. 당시의 기형적인 가격등락은 재고·소비상황에 비해 의아한 면이 있었는데, 이같은 제보가 확인되자 두 단체는 도매법인들이 수입양파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소위 ‘장난질’을 일삼는 게 아니냐며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도매법인들이 수입업자들에게 수입양파를 들여오도록 뒷돈을 대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가락시장의 수입양파 취급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국내 농민들을 위한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들이 수입양파를 능동적으로 유치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햇조생양파 시세는 kg당 1,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아 있다. 낮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출하 초기 시점에선 농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기는 가격이다. 특히 모처럼 회생의 기회를 노리던 국산양파 산지수집상들이 포전거래 취소를 요구하는 등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양파협회·전농 대표 10여명은 지난 7일 가락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화·한국청과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남종우 양파협회장은 “지난 3년간 폭락에 이어 올해는 양파값이 좀 좋으리라 기대했는데 도매시장에서 이런 장난을 쳐 몹시 우울하다”고 분개했으며, 박흥식 전농 의장은 “오랜 세월 농민들은 가락시장을 먹여살리며 국민 먹거리를 공급해왔다. 몇 년 전부터 양파농가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고 있는 도매법인들이 오히려 수입상들에게 경매를 부추긴 작태는 자기 배를 살찌우기 위해 농민들을 배신한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농민 대표들은 기자회견 직후 동화청과와 한국청과를 방문해 면담을 가졌다. 사진은 동화청과 면담 모습.
농민 대표들은 기자회견 직후 동화청과와 한국청과를 방문해 면담을 가졌다. 사진은 동화청과 면담 모습.

두 단체는 기자회견 직후 동화·한국청과를 차례로 방문, 임원 및 경매사와 면담을 가졌다. 법인들은 수입양파 유치 의혹에 대해 입을 모아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하며 “취급물량이 극히 일부인 수입양파를 유치할 이유가 없다. 농민들이 없으면 우리 도매법인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사는 “지금 들어와 있는 수입양파는 이달 20일이면 출하 종료되는데 문제는 향후 들어올 양이다. 중국산 양파가 폭락해 국산이 kg당 1,100원 정도인데 중국산은 600원”이라고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의혹을 부인하는 도매법인들을 끝까지 추궁하진 않았지만 자신들의 거대한 불신과 분노를 전달했으며, 일별·월별 수입양파 경매 총량을 설정하는 등 향후 논란을 불식시킬 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법인들은 향후 양파협회와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농민들은 “도매법인들이 수입양파를 유치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확보했다. 또 다시 이런 얘기가 나오면 코로나19 진정 이후엔 가락시장을 물리적으로 막아버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도매법인 내부에서도 대책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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