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에 학교급식 중단 장기화 … 농가는 메말라간다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농장에서 남건우씨가 이날 수확한 참나물을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남씨 모습 뒤로 학교급식 중단으로 수확 적기를 놓쳐 참나물을 갈아엎은 하우스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농장에서 남건우씨가 이날 수확한 참나물을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남씨 모습 뒤로 학교급식 중단으로 수확 적기를 놓쳐 참나물을 갈아엎은 하우스가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 박대열씨 시설하우스에 너무 웃자라 수확을 포기한 시금치가 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 박대열씨 시설하우스에 너무 웃자라 수확을 포기한 시금치가 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허윤행씨 시설하우스에서 허씨 가족과 마을주민들이 유통업체로 출하할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5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허윤행씨 시설하우스에서 허씨 가족과 마을주민들이 유통업체로 출하할 대파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꾸러미로 나갈 농산물을 검수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꾸러미로 나갈 농산물을 검수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학교급식 중단으로 수확 적기를 놓쳐 참나물을 갈아엎은 남건우씨 하우스 모습.
학교급식 중단으로 수확 적기를 놓쳐 참나물을 갈아엎은 남건우씨 하우스 모습.

사흘 전 갈아엎은 하우스의 흙은 푸석하게 메말라 있었다. 서로 엉키며 짓이겨진 참나물 줄기가 잘게 부서진 토양 사이로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도 안성에서 친환경 참나물 농사를 짓고 있는 남건우(40)씨는 수확 적기를 넘겨 웃자란 참나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에서 4월로 개교가 거듭 미뤄지며 학교급식이 중단된 지 꼭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수확하는 참나물 전량을 서울과 경기도의 학교급식 식재료로 공급해왔던 남씨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빗겨갈 순 없었다. 예년 같으면 일주일에 500상자, 2톤의 참나물을 수확해 포장하느라 부모, 형과 함께 구슬땀을 흘릴 시기였건만 개학이 연기되며 발주물량이 뚝 끊겼다. 지난 6일 만난 남씨는 경기도의 ‘코로나19 피해농가 돕기’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용으로 150상자, 인근 농가의 요청으로 40상자를 겨우 작업했을 뿐이라며 “이 외에는 이번 주 주문이 전혀 없다”고 막막해했다.

지난 3월 한 달에만 출하하지 못해 생긴 피해액이 약 2,000만원에 달했다. 4kg 상자 1,500~1,600개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문제는 현 상황이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남씨는 “답답하고 미칠 지경인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농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전북 장수에서 친환경 시금치를 재배하는 박대열(50)씨 상황도 그리 희망적이진 못했다. 박씨를 포함, 여섯 농가로 구성된 시금치작목반은 서울과 전북지역 학교급식에 매주 500상자, 2톤의 시금치를 공급하기로 계약했고 공급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시금치를 파종했다. 이미 오는 5월에 출하할 시금치까지 파종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 사정 또한 마찬가지로 ‘올 스톱!’

지난 5일 만난 박씨는 다음 주에 수확해야 할 시금치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 문을 열며 “답이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작목반이 공동사용하고 있는 저온저장고엔 각 농가에서 팔지 못해 보관한 시금치가 400여 상자에 달하는데 매주 비슷한 물량의 시금치가 쏟아지다 보니 손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생협을 통해 일부 물량을 빼내고 있지만 온전한 학교급식 공급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이에 파종을 할지말지를 고민하는 농가들의 셈법에 희뿌연 맨 땅이 드러난 하우스도 더러 있었다.

박씨는 “안정적일 것이라 여겼던 학교급식에 이런 상황이 올 줄 몰랐기에 충격이 더 크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학교급식이 시작되면 매입단가를 올려서라도 막대한 농가 피해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와 같은 지역에서 친환경 대파를 키우는 허윤행(51)씨는 지난 5일 가족, 마을주민과 함께 총 2.5톤의 대파를 수확해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년 같으면 일주일에 700~800kg, 4월 한 달 간 꾸준히 수확해 공급할 물량이건만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이 장기화되자 장수친환경영농조합에서 수소문 끝에 싸게나마 넘길 수 있는 친환경유통업체를 알아봐 준 것이다. 허씨는 “다음 작기도 준비해야 되는데 손 놓고 있을 순 없어 밭 정리에 나섰다”면서도 “언제쯤 어떻게 해결될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니깐 더 답답한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지난 6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내 작업장. 하루 평균 약 80톤의 물동량을 자랑했던 센터엔 친환경꾸러미 2,000개 분량(8톤)의 농산물만이 들어와 자리를 채우고 있다. 경기도의 코로나19 피해농가 돕기 특별 할인판매에 사용될 농산물로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된 농가로부터 배송해온 물량이다.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실장은 “학교급식 중단 이후 4번째 꾸러미 작업이다. 최대한 많은 물량을 팔아보려 하지만 센터 여건상 2,000개를 넘기기가 어렵다”며 “학교급식 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비한 양이라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는 덴 한계가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한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9일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9일 중·고교 3학년 수업을 시작으로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교 4~6학년, 20일 초교 저학년이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 등교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급식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단 뜻이다. 농가들로서는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따로 만난 농가였지만 이들이 한목소리로 전한 말이 있었다. 꼭 곱씹길 바라며 지면에 남긴다. “농가가 죽어나가도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전혀 들여다보지 않아!”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