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속만 챙기는 청과법인, 자성을 촉구한다

  • 입력 2020.04.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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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법인이 수입업자를 회유해 수입양파를 유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7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화청과와 한국청과가 능동적으로 수입양파 유치에 나섰다고 규탄했다.

양파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경 동화·한국청과가 수입업자에게 “수입양파를 가져오라고” 독려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양파협회가 2개 청과법인을 특정했다는 것을 보면 제보 내용의 구체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월 말은 공교롭게도 양파 도매가격이 kg당 2,000원까지 반짝 상승했던 시기이다. 양파협회에서는 청과법인들이 수입양파를 유치해 이익을 챙기려 경매에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수입양파가 거래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청과법인이 나서서 수입양파 경매를 유치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국내 농민들을 위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매년 수십억 원의 이익을 챙기는 청과법인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고 수입양파 유치에 나섰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현재 햇조생 양파 시세는 kg당 1,0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출하 초기인 점에서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가격이고 산지수집상들은 포전거래를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든 수입양파가 시장에 풀리면 국산 양파가격은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파가격은 지난 3년 간 폭락을 거듭했다. 올해는 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18%나 감소해 가격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산 극조생종 양파 가격이 평년가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입양파가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과법인에서 수입양파 유치에 나선 것이 사실이라면 농민을 배신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양파뿐 아니라 국내산 양념채소류들은 매년 돌아가면서 가격 폭락을 겪으며 수확을 포기한 채 밭에서 갈아엎어지고 있다. 올해 대파가 산지에서 폐기됐고 마늘 또한 가격폭락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대파와 마늘 모두 수입량이 급증하는 품목들이다. 농민들과 생산자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입농산물에 검역이라도 철저히 해 국내반입을 억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농민들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청과법인에서 자신의 잇속만 챙기겠다고 수입농산물 유치에 나선 셈이다.

물론 청과법인들은 수입양파 유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생산자단체에서는 일별·월별 수입양파 경매 총량을 설정하는 등 불신을 해소시킬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청과법인에서는 농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제기된 의혹을 해소해야만 한다. 아울러 생산농민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락시장 청과법인의 경우 경쟁이 제한돼 있어 사익만을 추구한다는 비판과 실제 그런 모습들이 빈번히 노출되고 있다. 청과법인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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