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호미로 최악 막을 수 있는 시기… 마늘 수급대책 마련하라”

인터뷰 l 이태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 입력 2020.04.10 10:26
  • 수정 2021.02.06 13:2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사진 권순창 기자]

최근 전례없을 정도로 마늘 작황이 좋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로 마늘 가격의 폭락이 예상된다. 수확기 이전까지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실행되지 않으면 농촌에는 통곡소리로 가득 찰 거라는 이태문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을 만나 매년 언급되는 마늘 수급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이태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이태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전국 시·군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유는?

평년과 동시기 비교하면 과잉공급이 예상돼 마늘농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늘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농림축산식품부가 빠르게 사전 면적조절을 결정한 것은 마늘 생산농가와 시장에 긍정적이나,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모로 마늘산업의 위기다. 수급 대책을 요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생산예측량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4월 관측월보엔 제외된 채 발행됐으며, 산지포전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이뤄지더라도 상인들은 헐값을 요구한다.

마늘 농민들에겐 수급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코로나19의 발병으로 마늘 소비도 부진한데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폭락까지 겹친다면, 마늘 생산농가들의 삶도 무너질 것이다.

농민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우리 마늘 농가의 요구는 아주 단순하다. 마늘을 비롯한 모든 농산물의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마늘 재고물량의 시장격리 및 산지의 사전 면적조절 등을 담은 2차 추가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5월 중순은 마늘 출하기이므로 그 전에 수급 조절이 이뤄져야 농가 피해가 적다. 정부 결정기간이 한 달이라고 생각하면 4월 중순까지는 수급대책이 꼭 나와야 한다. 빨리 수립될수록 농가와 정부 모두에게 유리하다. 마늘이 작아 농가는 폐기가 수월하고 정부는 투입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지금 폐기를 했을 때 투입 비용과 효과는 수확기에 10배의 비용을 투입해도 만들 수 없는 적절하고 효율적인 대책으로 발현될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말자.

효율적인 수급을 위해 보완할 점은?

통계다. 매년 수급 문제가 발생하니까 이젠 정부의 마늘 재고량과 재배면적 통계치를 못 믿겠다. 마늘 소비 통계자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농민들에게 신뢰받고 실효성 있는 통계를 발표하지 않으면 농민들은 계속 부조리한 일부 상인들의 셈에 놀아날 것이다.

아울러 세계에서 마늘 소비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에 소비통계량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마늘 소비 통계량이 파악된다면 이를 기준으로 농민들끼리 생산량을 합의하고, 오차가 발생한 부분은 정부가 나서는 방향으로 가면 가장 경제적이고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수급 통계가 동반돼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펼쳐도 의미 없고 농민만 피해본다. 언제까지 우리가 힘들게 키워낸 마늘을 계속 갈아엎어야 하나. 폐기는 차선책이다. 최선책은 정확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사전 수급 조절 및 예측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일부 마늘 관측 자료가 있지 않나?

현재 농촌경제연구원의 관측 자료는 표본 통계자료다보니 오차가 큰 것 같다. 결국 재배면적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적어도 마늘 주산지의 전체 재배면적만이라도 정확히 파악하면 전국 재배면적에 근접한 값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인력으로 전수조사하기 힘들다면 주산지 지방자치단체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자체의 마늘 관계자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구역을 나눠 정확하게 재배면적을 알아오라고 하면 효과적이고 정확하지 않을까. 재배면적 전수조사는 한번은 이뤄져야 할 일이며 이후 데이터가 쌓이면 보다 수월하게 실측할 수 있다. 또한 수급안정 및 정책수립에 큰 도움이 된다.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그 이후 협회 계획은?

오는 15일 정도까지 지자체·정부·농협의 노력을 지켜보며 실질적인 정책을 내도록 유도를 할 것이다. 다행히 일정한 대책이 빠르게 마련된다면 수확기에 가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의 협의체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 농민도 절박한 상황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취할 듯 하다.

농식품부는 ‘올해 평년보다 한 달에서 보름 정도 빠르게 1차 대책을 마련했다’에서 그치지 말고, ‘빨리 마련했기에 더욱 실효성 있고 유의하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는 15일까지 서둘러 2차 추가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촌에는 통곡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