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간판 내려야

  • 입력 2008.07.14 14:48
  • 기자명 한도숙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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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숙 의장
작년 가을 쯤 충북의 어느 산골을 지나가고 있었다. 2차선 깨끗한 포장도로를 따라 띄엄띄엄 호박상자, 토마토, 상자 배추무더기, 열무 할 것 없이 농산물들이 아주 작은 양으로 포장, 비포장 구분 없이 놓여져 있었다. 장엘 가려나 생각하는데, 맞은 편에서 눈에 익은 농협 농산물 수집차량이 농산물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었다.

필자는 가슴이 따듯해져 왔다. 그 산촌의 풍경과 내어놓은 농산물과 농협의 순회수집 차량은 한편의 그림이었다. 그것이 농협의 정체성이다. 농민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자칫 버려질 수도 있는 호박 한 개라도 농가를 위해 팔아 주어야 겠다”라는 발상은 경제논리보다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 농협이다.

농협 개혁위원회가 두 달 넘게 회의를 거쳐 개혁안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개혁위 성원들과의 시각차이로 농민단체들이 더 이상 개혁위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했다. 개혁의 큰 그림은 중앙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농협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으로 모아져야 하나 개혁안들은 농민보다 경영체의 안정과 발전을 택하게 된 것이다.

국가청렴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각종 비리로 해임 퇴직한 자가 연간 10여명이 웃돈다고 한다. 지난주 발생한 축산경제 대표이사의 비리는 드러난 빙산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밑을 들여다보면 거대한 비리의 뿌리가 드러날 것이다. 오죽하면 농협중앙회를 복마전(伏魔殿)이라고 하겠는가.

또한 농협은 쇠고기 정국에서 꿀먹은 벙어리 노릇을 했다. 물론 농민은 한미 FTA를 반대하지만 농민의 대표라는 농협은 한미FTA를 찬성하는 모순에 와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그토록 문제 삼고있는 것을 못본척 외면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자산규모가 80조원이 늘어난 농협이 아직도 농민들의 고혈을 짜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거대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해가는 농협중앙회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농협개혁을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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