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늘, 농민 목소리를 들어라

  • 입력 2020.04.10 10:20
  • 수정 2020.04.10 14:50
  • 기자명 장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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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

지난 7일 경북 의성군 가음면 귀천리의 한 갈아엎은 마늘밭에서 농민들이 의성마늘 가격폭락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일 경북 의성군 가음면 귀천리의 한 갈아엎은 마늘밭에서 농민들이 의성마늘 가격폭락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일 경북 의성군 가음면 귀천리의 한 갈아엎은 마늘밭에서 농민들이 의성마늘 가격폭락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일 오전, 경상북도 의성군 가음면 귀천리 마늘밭으로 40여명이 넘는 마늘재배 농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정부‧지자체가 마늘가격 폭락을 막으려면 늦어도 4월 중순까지 선제적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이 기자회견은 의성을 포함해 제주·신안·해남·고흥 등 21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기자회견은 장소부터 심상치 않았다. 넓게 펼쳐진 초록빛 마늘밭 한가운데 홀로 갈아엎은 밭이었다. 현장 발언을 한 농민 임달재씨는 “마늘농가들이 생산비라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2차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농민들 다 죽게 생겨 내가 먼저 밭을 갈아엎었다”라며 “마늘을 사려는 상인도 잘 안보이고, 만나더라도 돌아오는 건 소비처가 없어 못 가져가니 거름 혹은 불 지르라는 답변 뿐이다”고 말했다.

김재목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경북지부 사무처장이 밭 한 켠에 있던 마늘 더미에 불을 붙여 기자회견의 열기를 더했다. 뒤이어 구위회 마늘협회 의성군지회장은 삭발식을 거행했다. 그는 “의성마늘 농가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 시기를 재촉하기 위해 군을 찾아갔지만 군수는 만나주지도 않고, 군의원이라는 사람들은 ‘알아보겠다’라더니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중에 의성군 한 공무원이 나더러 도에 가서 돈을 직접 받아오라고 했다. 어떻게 된 게 농민이 도에 돈을 달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라며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마늘농가는 “우리 같은 농민이 큰 돈을 벌겠다고 기자회견하고, 시·군청에 찾아가 시·군 의원을 만나는 줄 아냐. 입에 풀칠하고 농사짓는 데 흘린 땀과 최소한의 내 노동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며 “생산비만이라도 보장받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생산비를 그나마 보전하려면 농민들은 제때 사전 면적조절이 절실하고 급하다. 4월 중순까지는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서 “피땀 흘려 지은 우리 농산물, 정부는 생산비를 보장하라”, “농민도 군민이다, 의성군은 의성마늘 지켜내라”, “농민과 마늘산업 대책없는 의성군은 계획을 수립하라”는 구호가 농민들 간에 오고갔다.

이번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의 마늘농가들은 △2019년산 농협 보유물량 6,000여톤 중 3,000톤에 대해 정부수매 후 시장격리 시행할 것 △2019년 남도종과 한지형 재고마늘에 대한 시장격리를 발표할 것 △코로나19로 인한 농가안정 사업으로 사전면적조절에 추가 신청된 1,000ha를 농안기금 300억원을 이용해 2차 사전면적조절 실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농민 정상임씨는 “무엇보다 시급한 건 마늘이 더 크기 전에 2차 대책이 마련돼 수급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 면적조절은 수급 조절 뿐만 아니라 다음 작기에도 영향을 준다. 제때 하지 않으면 마늘의 독한 성질이 토양에 영향을 줘 마늘 농사도, 다음 작기 농사도 모두 망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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