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쳤던 ‘먹거리 사각지대’

청년·미혼모·노숙인 등 … 범사회적 먹거리 사각지대 해소 필요

  • 입력 2020.04.05 18:00
  • 수정 2021.02.26 10:3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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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살림연합 매장에서 ‘학교급식 중단 친환경농산물 특별 할인전'을 진행했다. 친환경농업계는 사상 첫 '온라인 학기'를 앞두고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지난 2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살림연합 매장에서 ‘학교급식 중단 친환경농산물 특별 할인전'을 진행했다. 친환경농업계는 사상 첫 '온라인 학기'를 앞두고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한편 코로나19 정국에서 우리 사회 인권의 사각지대를 다시 살펴보자는 목소리들이 제기된다. 그 인권 영역엔 먹거리 기본권도 포함된다. 따라서 친환경먹거리의 공적 영역 확대 과정에서 먹거리 기본권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대표적 먹거리 사각지대 중 하나가 청년들의 먹거리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20대는 그 어느 연령대보다도 부실한 식사로 연명한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 대부분이 라면이나 삼각김밥, 잘 쳐줘야 컵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돈도 없고 밥먹을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예 밥을 못 먹는 청년도 많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연령별 아침식사 결식률은 남성 55.1%, 여성 49.9%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30대 남성 결식률이 39.5%, 10대 여성 결식률이 30.3%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치다.

또한 같은 조사의 과일·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자 비율을 보면, 20대의 섭취율은 23.6%로 가장 낮았다. 그 다음으로 낮은 30대 섭취자 비율은 34.7%다. 고로 20대 청년들은 태반 이상이 굶거나, 먹더라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음식으로 살아간다.

최근 청년농업인연합회(회장 강선아, 청연)에서 기획재정부 국민참여예산 사업의 하나로 ‘대학생 친환경급식을 위한 차액지원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강선아 청연 회장은 제안서에서 “최근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이 실시되면서 0세~고등학교까진 친환경급식이 실시되나 대학교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며 광역시·도별 1개 대학을 대상으로 친환경급식 전환을 위한 차액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추후 점진적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추정 사업비는 약 36억8,600만원으로 잡았다.

해당 사업이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뽑히진 않았으나, 친환경농업계는 그와 상관없이 새로운 친환경급식 영역으로서 대학교를 주목하고 있다. 향후 대학교 뿐 아니라 더 일찍 사회로 진출한 청년들,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에 대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확대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관심영역 밖에 놓여 ‘사각지대’로 인식하기 힘든 영역도 있다. 예컨대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을 펼친다고 하지만, 미혼모들은 이 사업에서 ‘비의도적 배제’ 가능성이 높다. 미혼모들은 온갖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정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아이들을 잘 키우기도 어려운 데다, 미혼모들 자신의 건강도 취약한 상황이다.

미혼모 시설을 다니며 산모와 태아를 위한 건강한 식사방법을 강의했던 대전 유성 선병원 이의철 직업환경의학센터장은 “그동안 친환경농산물 공급영역이 학교 등지의 급식 영역에 한정됐었다”며 “미혼모 시설, 노숙인 쉼터 등에선 여전히 질적으로 좋지 않은 먹거리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새로운 영역으로 건강한 친환경먹거리의 공적 확대를 실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재난기본소득 실시도 거론하는 상황에서 공적 먹거리 지원을 위한 ‘파이프라인’의 구축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실제로 2014년 대전역 인근의 노숙인들과 쪽방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대전역 앞 노숙인 쉼터와 함께 4주 간 현미밥과 채식반찬을 하루 3끼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끝까지 참여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이 2kg, 체지방이 3kg 줄었다. 또한 총 콜레스테롤과 공복혈당, 혈압도 감소했다.

이 센터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농업 확대와 이를 통한 건강한 먹거리 확대는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며 “향후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친환경농산물센터’로 바꿔, 공공급식 영역 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친환경먹거리 확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 <청년흙밥보고서>(변진경 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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