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대표 한 명 맨치 있어야 않겠나”

[르포] 김영호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의 24시간
경북 농민들, 농민수당 근거 조례 제정에 어려움 호소
‘농민수당 입법화’ 공약 내건 김 후보 지지 의사 전해

  • 입력 2020.04.05 18:00
  • 수정 2020.04.05 19:5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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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은 김영호 후보가 애호박 농사를 짓는 이승혁씨와 대화를 나눈 뒤 악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은 김영호 후보가 애호박 농사를 짓는 이승혁씨와 대화를 나눈 뒤 악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9일 대구·김천·의성에서 경북 일정을 시작한 김영호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는 오늘(30일) 아침 일찍 안동으로 넘어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후 김 후보는 안동시농업인회관으로 이동해 관내 농민들을 만나 지지와 투표를 호소했다. 총선에 출마한 여타 후보들과 다를 바 없는 행보였다.

하지만 오후 3시경으로 예정된 경산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김 후보의 일탈이 포착됐다. 김 후보는 안동시 수하동 일원에서 수확이 한창인 애호박 비닐하우스에 들렀다. 그곳에서 김 후보는 농민의 애환에 공감했고 농업·농촌의 현실을 함께 개탄했다.

수하동에서 32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농민 이승혁(63)씨는 “애호박 20개 박스 한 상자 당 2만원은 나와야 되는데, 만이삼천원 수준밖에 안 된다. 머스크멜론 농사를 32년 지었고 12월부터 6월까지는 애호박을 재배하는데 과잉생산이 매년 반복돼 가격은 폭락하고 빚만 불리는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김 후보는 “지금은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지만, 토마토도 해봤고 애호박 농사도 지어봤다. 하우스 작물 중에서도 머스크멜론 농사는 굉장히 전문적인데, 애호박 키워내신 걸 보니 품질이 대단히 좋아 보인다”며 “가격이 보장돼야 농민들도 힘을 내 농사를 짓는데 참 안타깝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씨는 “몇 차례 태풍으로 하우스가 잠겼고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죽을 때까지 갚아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애호박 꽃가루 묻혀주고 봉지 씌우고 수확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농산물을 생산하는 건 농민인데 가격 결정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간 아스팔트농사 지으러 많이도 다녔지만 매년 갈수록 참 어렵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그래서 근본적으로 다 갈아엎어보자는 것이다”라며 “농업과 농촌을 말살시킨 그간의 농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30~40년간 몸 성한 곳 없이 농사지은 결과가 이것밖에 안 된다. 이제 우리 농민들이 직접 정치 농사 지어보자”고 독려했다.

안동에서의 만남을 뒤로 한 채 김 후보는 다시 영천으로 향했고, 방제 작업이 한창이던 마늘밭에 다다랐다.

마늘 재배 농민은 “주변에 보이는 마늘 전부 산지폐기가 결정된 상태다”라며 “자체 수급도 안 되는 실정인데 매년 적지 않은 물량의 수입까지 들여오다 보니 너무 힘들다. 매년 산지폐기가 반복되는데, 달리 심을 작물도 없어 이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잘못된 개방 농정으로 농민은 매번 밭과 작물을 갈아엎는데 이번 총선에선 생색내기용 농정 공약마저 찾아볼 수 없다. 그간 희생과 양보만을 강요받던 농민이 이젠 직접 나서 싸워야 할 때인 것 같다”며 “그 시작을 김영호 후보와 함께 하겠다”고 김 후보를 지지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을 찾아볼 수 없지만 코로나19 대책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은 없다. 일전에 한 지지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 대신 먹거리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을 던진 적 있다”며 “지금처럼 우리의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할 경우 정부의 대책이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방식이 아닌, 제대로 된 먹거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최저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작물을 농민이 안정적으로 재배하고, 농촌에 머물며 생산하는 공익적 가치를 농민수당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6차 산업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농업·농촌의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후보는 경산·포항을 들러 지역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안동과 경산·포항 등 간담회에 참석한 농민 대다수는 “농민수당 도입이 가장 늦어지는 지역이 경북이다. 농민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조례를 만들려고 해도 행정과 의회가 미래통합당 등 보수 세력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끌다 보니 총선까지 늦춰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농사만 짓다 깔끄러워 정치 얘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농민의 뜻을 진실 되게 전달할 사람은 결국 농민 밖에 없다. 김 후보를 국회로 보내 농민의 뜻을 실현시키자”고 입을 모았다.

일정 내내 “정치 농사 걸판지게 지어보겠다”던 김 후보의 하루는 밤 9시경이 다 됐을 즈음 끝이 났다. 한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빡빡한 일정이었고, 렌터카 이용 내역을 보니 이동거리로 408km가 찍혀 있었다. 물에 푹 젖은 솜 같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길, 한 농민의 절규와도 같았던 말 한 마디가 자꾸 귀에 맴돌았다.

“은행 빚에 통장 하나 못 맹글어도 농기구 챙겨 매년 씨 뿌리는 기 농민이다. 국민 먹거리 챙기는 우리도 국민인데, 국회의원 300명 중 우리 편 들어줄 농민 대표 한 명 맨치 있어야 않겠나.”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사무소 앞 교차로에서 김영호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가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을 향해 밝게 웃음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사무소 앞 교차로에서 김영호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가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을 향해 밝게 웃음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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